지난해 경기 위축과 고물가·고금리 현상 속에서 고급 수입차 판매가 저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위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고급 수입차의 구매를 망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수입 승용차 판매대수는 23만8987대로 지난 2023년 같은 기간 25만4390대 대비 3.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를 앞 다퉈 출시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했음에도 고금리·고물가 현상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인해 판매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입차 선두 업체인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에서 이러한 흐름이 뚜렷이 확인된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오른 BMW코리아는 2023년 6만9552대에 비해서 3.6% 줄어든 6만7056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5·7시리즈 등 인기 세단 모델을 비롯해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인기를 끌었다. 개별 수입차 판매 상위 10위로 5시리즈(2위), X5(7위), X7(8위). 7시리즈(9위) 등 4종을 등극시켜 브랜드 입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반면 작년 성과 확대를 이끌었던 주요 모델별 디젤 버전이나 기본(엔트리) 트림의 판매량이 확연히 줄었다. 전기차(BEV) 판매실적도 줄어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선두권 위상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5만9567대를 기록해 2023년 6만8135대에 비해서 14.7% 감소폭이 컸다. 모델별 기본(엔트리) 트림을 후속 투입하는 등 볼륨 확대를 시도했지만 초대형 세단 S-클래스, 고성능 AMG, 전기차 등 주요 차종의 판매 감소에 악영향 받았다.
다만 일부 모델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월 인기 준대형 세단 E-클래스 11세대 완전변경 모델(2만2030대)을 BMW 5시리즈(1만8815대)보다 약 3개월 늦게 출시했지만 판매량에서 앞섰다. E-클래스는 단일 모델 중 최다 판매 모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화재 사태 이후 전기차 판매가 더욱 위축됐지만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쳐 판매실적을 일부 만회했다. 지난 9월 EQA, EQB 등 전기차를 대상으로 월 납입금 40만~50만원대의 특별 렌탈 상품을 출시한 결과 전기차 월 판매량 최고치(937대)를 기록했다.
기존 상위 5위권 업체들이 대부분 자리를 고수한 가운데 테슬라 코리아가 3위로 급부상했다. 테슬라 코리아는 지난해 11개월 동안 2만8498대를 판매해 연말까지 3만대 기록을 최초 돌파할 전망이다.
전기차 4종만 판매 중인 가운데 중형 SUV 모델Y(1만7671대), 중형 세단 모델3(1만319대)를 각각 판매 3위, 4위에 등극시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 속에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무료 시공, 무이자 할부 등 프로모션을 이례적으로 실시해 고객 수요를 성공적으로 창출했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소비자들이 고급 수입차 구매를 망설이면서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 가운데 축소된 시장 안에서 대부분 업체들이 역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