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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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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韓맥주 웃고 日맥주 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8 15:11

국산 맥주 점유율 20% 상회, 수입 맥주는 16.4% 까지 감소
'노재팬' 탓, 日 맥주 수입 줄어든 영향
주류업계 "주세 개편 영향도 무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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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사진제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한국 맥주는 웃고, 일본 맥주는 울고. 한때 큰 인기를 누린 일본 맥주의 판매량은 80% 이상 고꾸라진 반면 국산 맥주는 더 잘 팔리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

28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1일부터 12월30일까지 주류 매출 신장률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국산맥주는 27.9% 증가한 반면 수입 맥주는 16.0% 감소했다. 수입 맥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본맥주 비중이 대거 줄어들면서 수입맥주 매출량 역시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마트가 집계한 국산 및 수입 맥주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국산 맥주의 점유율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국산 맥주의 경우 2019년 26%, 2020년 26.2%에 이어 이달 27일까지 23.0%로 꾸준히 2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2019년 24.2%로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던 수입맥주 비율은 지난해 19.4%로 급감하더니 이달 27일까지 16.4%로 내려앉았다.

편의점 상황도 비슷하다. 세븐일레븐 매출 집계를 보면 지난해 국산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30.2% 증가한 반면 수입 맥주는 10.2% 감소했다. 판매 비중도 국산맥주가 수입맥주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국산맥주 대비 수입맥주 매출 구성비는 45.6대 54.4로, 수입맥주가 다소 앞섰으나 지난해에는 55.1대 44.9로 뒤집었다.

이와 관련해 유통 및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맥주 주종 내에서 국산 맥주의 비중이 수입 맥주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며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노재팬(NO JAPAN) 움직임으로 일본 맥주 매출이 급감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뿐만 아니라 노재팬 이후로 일본맥주 매출이 많이 감소했다. 업계에선 예전 수치로 회복은 거의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 역시 "실제로 반일운동 이후 일본맥주 취급자체가 확 줄었다"며 "맥주 유통기한이 1년인데 신규 발주가 크게 줄면서 수입액도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맥주를 극소량 취급하고 있으나, 일본 맥주 매출 규모가 반등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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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당하는 일본 맥주/사진제공= 연합뉴스

실제로 내수 시장에서 일본 맥주 매출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이날 관세청과 주류업계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566만8000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8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삿포로·기린 등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일본 불매이슈가 있었던 2019년 3975만6000달러로 급감했는데 지난해엔 더 쪼그라든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전체 맥주 수입액 역시 전년보다 19.2% 감소한 2억2692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된 주세 개편도 한 몫 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국세청은 우리나라 주세법이 종가세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수입맥주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다며 이를 종량세로 바꾸게 했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하는 시점의 주류 가격, 또는 주류 수입업자가 수입 신고하는 시점의 주류 가격에 술 종류별 세율을 곱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반면 종량세는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한다.

이에 주류 가격이 다르더라도 술 종류와 출고량만 같다면 같은 수준의 세금이 부과돼 국산 캔맥주의 출고가가 낮아지나 수입 맥주의 세 부담은 커지게 돼 국내 업체들에겐 호재일 수 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기회로 신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출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앞서 오비맥주에선 국산 쌀을 이용한 라거 맥주 제품 ‘한맥’을 출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라거’로 자리매김 의지를 나타냈으며 BGF리테일의 편의점 CU에선 곰표 밀맥주를 공개, 현재까지 ‘없어서 못 파는 술’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후 구두약 제조사인 말표산업과 함께 말표 흑맥주를 출시했다. 현대카드도 제주맥주와 협업해 ‘아워에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업계 관계자도 "국내 주류회사들은 물론이고 이종협업 등 방법으로 맥주 신제품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제품 포트폴리오 증가로 국산 맥주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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