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메타버스(Metaverse)가 최근 투자자들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정부가 직접 일명 ‘K-메타버스 연합군’을 구성하면서 반도체·통신·금융 등 관련 종목은 물론,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향후 수년간 연평균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면서 세계 산업을 선도해나갈 것이라면서도 단순한 기대감으로 섣불리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장한 맥스트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더니, 추가로 총 4거래일을 상한가를 올렸다. 현재 주가는 장중 최고가 기준 공모가(1만5000원)보다 660%를 넘었다.
맥스트는 국내 증시에서 메타버스 대장주로 꼽힌다. 가상현실(AR) 솔루션 업체로 지난 5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 ‘XR(확장 현실) 메타버스 프로젝트’ 주관사로 선정된 회사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을 본뜬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장점을 앞세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상장한 시각 특수효과(VFX)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도 지난 6일 8만9800원에 마감하면서 공모가(1만1000원) 대비 800% 이상 급등했다. 7월 20일엔 10만3100원까지 치솟으면서 공모가 대비 1028% 오르기도 했다.
파인텍도 5일 상한가를 쳤다. 파인텍이 비접촉식 터치기술과 홀로그래픽 솔루션 등을 적용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된 영향을 받았다. 이 밖에 메타버스 관련주로 분류되는 코세스, 덱스터, 옵티시스 등도 이달만 각각 34.8%, 24.5%, 10.6% 상승했다.
이처럼 메타버스 관련주가 강세를 보인 것은 ‘K메타버스 연합군’에 삼성전자가 합류했다는 소식이 큰 역할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메타버스 신규 제휴사는 삼성전자, 신한은행, 국민은행, 메가스터디교육, SM엔터테인먼트, 제일기획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자이언트스텝, 벤타VR, 바이브컴퍼, 애니펜, 파노비젼, 프론티스, 레티널 등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기업도 가세했다.
기존 제휴사는 현대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이먼트, SK텔레콤, LG유플러스, CJ ENM, 맥스트 등이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총 202곳이 참여 중이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제휴사들이 추진할 과제를 10개 내외로 정하고 과제별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오는 2022년 예상 지원 규모는 총 200~300억원 규모로 알려진 상태다.
금융권에서도 메타버스에 가상 은행 지점을 만들거나,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가장 최근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가입과 동시에 메타버스 기반 미래금융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활용한 ‘은행장-MZ세대 만남의 시간’ 소통 행사를 시작으로, 가상경제 선제대응 차원에서 메타버스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한 미래금융 서비스를 검토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채널의 활용성이 높아진 만큼 전세계 메타버스가 빠르게 성장, 국내 관련 기업들도 몸집을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핵심인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시장이 2019년 455억달러(약 52조4000억원)에서 2025년 4764억달러(약 540조원), 2030년엔 1조5429억달러(약 1700조원)로 3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장현실(XR) 시장은 향후 수년간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IT하드웨어 산업을 선도해나갈 것"이라며 "메타버스는 최근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동하고 있어 현재 XR기기를 선도하고 있는 세트업체와 관련 부품을 개발 및 공급하고 있는 IT 부품업체들의 중장기 수혜가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메타버스를 주가 부양재료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실적 개선 여부를 가지고 확인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열풍인 만큼 무엇보다 옥석가리기가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실적을 확인하기 전까진 투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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