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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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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X액트] 김정근 대표 연임 막은 오스코텍 소액주주…자회사 상장 저지 ‘힘 실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29 13:02

렉라자 원천社 오스코텍…국내 항암제 첫 FDA 승인
자회사 제노스코 무리한 상장 추진…주주 반발 초래
주주연대 “오스코텍 경영 안정화에 최대한 협조할 것”

오스코텍 정기주주총회

▲오스코텍은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스코텍 본사에서 제2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오스코텍 주주연대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가 주주들의 반대로 연임에 실패했다.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김 대표가 강행해온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선임 안건, 반대 40.5%…큰 격차로 부결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스코텍 본사에서 열린 제27기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공시했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익배당 변경 △초다수결의제 삭제 △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회 설립 △사내이사 재선임 및 선임 등이 안건이 다뤄졌다.


이 가운데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김정근 대표이사 재선임의 건은 찬성 22.2%, 반대 40.5%로 부결됐다. 제노스코 중복 상장으로 대립해온 소액주주들을 비롯해 법인투자자 등도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주총 결과에 따라 오스코텍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지분 12.46% 보유)인 김 대표의 임기는 28일을 기점으로 만료됐다. 오스코텍 대표이사는 김정근·윤태영 각자대표체제에서 윤태영 단독대표체제로 변경됐다.




최영갑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번 주총은 그동안 독단적으로 회사를 경영한 김정근 대표의 불신임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오스코텍 현 경영진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며 “앞으로 주주들은 오스코텍의 기업 활동에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오스코텍 경영 안정화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렉라자 FDA 승인 이후 오히려 주가 반토막

김 대표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을 개발한 인물이다. 올해 초 김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서 페암 치료 신약 개발을 주제로 명사 초청 강연을 하기도 했다.


오스코텍은 지난 2015년 해당 기술을 유한양행으로 이전했고 유한양행은 이를 통해 렉라자를 개발, 지난해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오스코텍은 렉라자의 원천을 보유한 기업으로 유한양행과 렉라자 마일스톤을 6대 4로 계약했다. 이 수익은 오스코텍과 오스코텍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2대 2로 절반씩 나눠 갖는 구조다.


하지만 김 대표가 주주들과 대립하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제노스코 상장을 추진한 시점부터다. 오스코텍은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제노스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에 주주들은 동일한 로열티를 공유하는 두 회사가 모두 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주주 지분율 희석과 기업 저평가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주주들은 제노스코 상장은 중복상장이므로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주연대는 호소문을 통해 “오스코텍은 국내 최초 항암신약 FDA 승인 성과를 거둔 기업이지만 FDA 승인을 기점으로 주가가 50%가 빠졌다"며 “이는 대주주인 김정근의 무능과 부도덕성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주주연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3분기에 두 차례에 걸쳐 오스코텍이 보유한 제노스코 주식을 매각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그 과정에서 제노스코 가치를 각각 2370억원, 3700억원으로 평가했는데 6개월 후 IR에서는 제노스코 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헐값에 매각·발행했던 제노스코의 가치가 6개월 만에 10배로 뛴 것은 경영진의 무능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오너리스크 해소·제노스코 상장 방향성 중요해져

주주연대는 제노스코 상장 철회와 김정근 대표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로 지분을 15.22%까지 결집했다. 또 한국거래소 앞에서 세 차례 대규모 규탄대회를 진행했으며 오스코텍과 제노스코 경영진을 상대로 각각 10억원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장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장 심사도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총 결과로 주주들의 상장 철회 의지가 드러난 만큼 거래소에서도 상장 심사를 서두르기보단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연대는 경영진 교체와 함께 제노스코 상장 저지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면 오스코텍 측도 제노스코 상장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 임기 종료 이후로도 각자대표였던 윤태영 대표가 경영을 이어가면서 경영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주총 이후 오스코텍의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지난 28일 기준 오스코텍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3% 하락한 2만9100원으로 떨어지는 등 3만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윤 대표는 2020년 각자대표로 선임된 이후 신약 연구개발을 총괄했기 떄문에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 전략은 일관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대표 선임안 부결은 자회사 상장에 대한 소액주주 반대에서 비롯된 만큼 향후 제노스코 상장의 방향성에 따라 주가 흐름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주총에서는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비상근감사 이강원 세무사 선임'은 원안대로 가결됐지만 '초다수결의제 삭제'와 '감사위원회 설립'은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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