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7일(화)
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금감원 상대 1심 승소..."DLF 사태 제재 위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7 15:15
afadf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켜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금감원이 손 회장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 위수현, 김송)는 27일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시작은 작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감원은 작년 초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손 회장에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을 겸임한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렸다. 반면 손 회장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관련해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미이지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며 맞섰다.

손 회장은 지난해 2월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이번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 징계의 효력은 정지됐다. 지배구조법령은 금융사에게 내부통제의 ‘기준이 되는 내부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내부통제와 관련해 은행 ‘내부규젱’에 반드시 포함될 흠결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손 회장에 대한 제재조치 사유 5개 가운데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만 인정하고 다른 4개 사유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이 손 회장에 대해 내린 문책경고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는지 여부는 형식적, 외형적인 측면은 물론 그 통제기능의 핵심적 사항이 포함됐는지 실질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고 처분사유 5가지 중 4가지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4가지 처분 사유는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5가지 중 1가지 처분 사유는 법리에 비춰 타당하다고 봤다.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켜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에 대해 경영진의 과도한 이익추구 등 탐욕에 제동을 걸어주고 금융소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로서 ‘상품선정 및 판매 절차’에 관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형식적으로는 내부통제를 위한 상품선정절차인 ‘상품선정위원회’를 마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들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는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절차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최소한의 정보유통 절차를 흠결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실제 우리은행 상품선정위원회의 의결 결과는 상품출시 부서의 의도에 따라 수차례 ‘투표결과 조작’, ‘투표지 위조’, ‘불출석·의결 거부 위원에 대한 찬성표 처리’ 등을 통해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이러한 왜곡이 없었더라면 정족수에 미달돼 출시되지 못했을 상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며 "이는 관련 임직원 개개인의 일탈 문제를 넘어, 우리은행의 상품선정절차가 그 견제 기능과 관련한 정보를 최종 경영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정보유통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에 대한 제재조치 사유 5개 중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만 인정되고 다른 4개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피고의 제재조치는 그대로 유지될 수가 없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등 ‘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가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금감원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 처분사유 한도에서 손 회장을 대상으로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 관련 재량권 행사를 다시 하라"고 덧붙였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