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이 배터리를 점검하는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에 따른 첫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 등 악재에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예측이 제기되며 배터리 사업에서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상장을 앞두고 시총이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나오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배터리 화재 등 안정성 문제와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시도 등이 변수로 거론된다.
◇ 작년 영업이익 ‘1조원 클럽’ 가입…흑자시대 열어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오는 2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다. 상장에 따른 자체 실적 발표도 다음달 초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실적 전망치가 공개되지 않지만, 업계는 LG엔솔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영업이익 9000억원 이상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 가입도 눈앞에 뒀다는 평가다. LG엔솔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6927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미래 시장을 내다보고 손해를 감수하며 투자해온 배터리 사업이 안정적인 흑자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LG엔솔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24%를 확보했다. 유럽(44%)과 미국(29%)에서는 선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로 중대형 전지부문에서 가동률이 줄어드는 등 악재가 있었음에도 흑자 기조가 유지됬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지난해 LG엔솔 연간 매출이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 물량 급증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지속 확대하면서 매출 규모 역시 덩달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엔솔은 북미 홀랜드 공장,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등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024년까지 5조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 오창 공장에는 내년까지 645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유럽 및 중국 생산공장에도 2024년까지 각각 1조 4000억원, 1조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 IPO 기대감 높지만 화재 위험·배터리 내재화 변수
LG엔솔은 기관투자자 대상 IPO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대인 ‘2023 대 1’ 경쟁률과 전체 주문 규모 1경 5203조원을 기록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성장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러한 장미빛 전망 속에서도 배터리 안정성과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등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화재 등 안정성에 따른 리콜은 향후 5년 이상 막대한 투자가 지속될 LG엔솔에는 재무적 측면에서 위험도가 높다. 실제로 LG엔솔은 상장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대차와 GM에 공급한 배터리, 국내 태양광 등에 설치된 ESS에서 불이 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회사는 품질 및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재 등 중대 리스크 관련 제품 설계 및 공정개선 조치 △제품 전수-인라인 검사 시스템 구축 및 적용 △불량 사전 감지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알고리즘 개발 및 적용 조치를 취한 게 대표적이다.
LG엔솔은 이에 더해 "‘강건 설계’를 통해 구조적 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사전에 감지하는 역량 확보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품질 센터를 최고품질책임자(CQO) 조직으로 승격시키고 인력과 권한을 강화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가능성도 장기적인 변수로 꼽힌다. 완성차 회사는 베터리업체와 장기계약을 체결하거나 합작투자를 통해 배터리를 조달해왔지만 배터리가 차량 성능을 결정짓는 주요 부품인 만큼 자체 생산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폭스바겐은 장기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생산 설비 240기가와트(GW) 규모를 구축해 상당량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자체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LG엔솔은 자사가 쌓은 기술력과 생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폭스바겐은 자사에 한해 배터리를 공급하고 그것도 일부만 공급하게 된다"며 "규모의 경제가 쉽지 않고 대규모 연구개발(R&D)도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