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6·1 지방선거 주요 승부처에서 어느 한곳도 뚜렷한 우세를 점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지만, 양당에서는 벌써부터 이 전 지사가 어떤 지역구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우선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역은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공석이 된 인천광역시 계양구을 지역이다.
당장 송 전 대표 본인부터 4일 공개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 출마지를 "(계양을로) 단정 짓고 싶지 않다"면서도 "뭐든지 여론조사해서 이길 카드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전 지사가 과거 본인 지역구에 출마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 전략공천위원장인 이원욱 의원도 전날 MBC 라디오에서 이 전 지사 계양을 출마 가능성에 "당연히 그 지역에 가능한 인물군으로는 검토하고 있다"며 "당이 전국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는 차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양을은 대선패배로 잠행을 택하고 있는 이 전 지사로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요약된다.
계양을은 지난 17대 총선(2004년)에서 신설됐을 때부터 송 전 대표가 국회의원을 지냈다.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에 출마해 치뤄진 2010년 재보궐 선거를 제외하고는, 지난 21대 총선까지 송 전 대표가 단 한 차례도 내준 적 없는 텃밭으로 분류된다.
특히 인천 지역은 이 전 지사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불과 1.85%p 앞선 지역이다.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열려있고 원내 입지 구축이 필요한 이 전 지사로서는 기반을 경기에서 인천까지 확장하면서 안정적인 원내 진출 행보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인천 기반인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서고 경기가 기반인 이 전 지사가 안전한 인천으로 나서는 모양새가 전국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험지를 ‘회피’하는 모습을 비춰 전체 0.73%p차로 진 대선 주자로서의 경쟁력에 흠집을 남길 수도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사진=연합) |
당장 국민의힘은 이 전 지사가 보궐선거에 나선다면 이 전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시에 속하면서 대장동이 포함된 분당구 갑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지사를 겨냥해 "만약 재보궐에 출마한다면 꼭 수천억원을 환수해 주민께 돌려줬다는 본인의 최대 치적 대장동이 포함된 분당갑에서 초밥·소고기·베트남 음식·샌드위치·닭 백숙의 추억과 함께했으면 한다"고 비꼬았다. 이 전 지사 본인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함께 꺼내든 것이다.
출마 전 분당갑 국회의원이었던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역시 "상대 당의 상황에 대해 제가 가늠하고 판단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선되기 위한 목적만으로 인천 계양에 출마한다면 해당 지역 시민들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불쾌하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이 고문이 직접 설계했다고 하는 대장동이 있는 분당갑에 출마해 당당하게 평가·검증받는 게 어떨지 제3자 입장에서 권유해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지사가 보궐선거에 나선다 하더라도 분당갑 지역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분당갑 지역은 성남시장 출신인 이 전 지사에게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이 전 지사는 분당구 전체에서 약 42.02%를 얻어 54.58% 득표한 윤 당선인에 무려 12.5%p이상 뒤쳐졌다. 그의 성남시장 시절 논란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분당갑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창업했던 안랩이 있는 판교의 소재지로, 안 위원장 출마가 점쳐지기도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선 주자급 인물을 상대로 재평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지사가 분당갑에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것’ 역시 상당하다.
계양을에 비해서는 명분에서 앞서는데다, 김은혜 후보와 박빙 경쟁을 펼치고 있는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도 ‘러닝 메이트’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만일 이 전 지사가 계양을에 나섰다가 김동연 후보가 패해 인구 1300만 경기도를 잃는다면,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안 위원장을 상대로 승리하게 된다면 잠재적 경쟁자인 야권 대선 주자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데다, 차기 당권을 잡은 이후 윤 당선인과의 관계에서 원심력을 키울 수 있다. ‘대장동 리스크’에도 현지인으로부터 공공개발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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