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5세대 이동통신(5G)과 롱텀에볼루션(LTE) 간 요금 역전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요금제를 손질하고 통합요금제를 선보인다. 그러나 가계통신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단말기 가격은 그대로여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와 KT는 5G 요금제보다 비싸거나 혜택이 적은 LTE 요금제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 KT는 내년 1월 2일, SKT는 내년 2월 1일부터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내년 2월 중 시행 예정인데, SKT와 비슷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LTE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비싸진 '역전 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통신 3사는 올해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에 따라 중·저가 5G 요금제를 다수 출시했다. 그 결과 5G 가격은 인하됐지만, LTE 요금제는 기존 수준에 머무르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기존 가입자에 대해선 합리적인 요금제를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가입자가 본인의 이용패턴 등 유불리를 따져 기존 요금제를 이용할지, 신규 요금제로 전환할지 선택하는 구조다.
이와 함께 내년 중 LTE·5G 통합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5G와 LTE를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 용량이나 전송 속도에 따라 요금을 선택하는 상품이다. 네트워크 세대 구분 없이 한 가지 요금제로 두 가지 기술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5G보다 비싼 일부 LTE 요금제를 없애고, 해당 구간에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내년 1분기 중에, SKT와 LG유플러스는 전산시스템 개편을 완료하는 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가격대·혜택 등 세부 내용은 검토 중이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가계통신비는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제가 결합된 구조여서 요금제를 낮춰도 단말기 가격이 오르면 총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높은 단말기 가격에 대한 해결책은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요금제 개편만으론 소비자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경제전망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신 요금은 전체 38개국 중 최대 2번째, 최소 10번째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제별로 최소 7.3달러, 최대 14달러(1만680원~2만480원) 수준이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산업·서비스 가이드북 2024'을 살펴보면 2022~2023년 국내에서 판매된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 평균가는 140만원을 넘어섰다. 특히 고가 단말 비중이 늘며 지난해 평균가는 전년 대비 약 24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통해 단말가 인하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휴대폰 교체 기간이 길어진 데다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탓에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통합요금제 출시로 통신 3사의 5G 설비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5G와 LTE를 함께 쓰는 설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5G 단독 모드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결론적으로 5G 품질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단말가는 여전히 높은데 가계통신비 인하 조치들이 전반적으로 요금제 개편에 맞춰진 상황"이라며 “통신서비스와 단말가를 분리 고지하거나, 구간별 요금제 특성을 반영해 개선하는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