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서비스정책학과 교수 |
정부가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문제의 해법을 찾기 쉽지 않고, 사회적 이견도 상당하며 문제의 완전 해결이 불가능한 ‘고약한 문제들(wicked problems)’이 존재한다. 부동산 문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교육문제, 연금개혁 등 수많은 예가 있겠지만, 일자리 문제도 그 중 하나이다. 일자리는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법은 다소 다를지언정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 중차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경제와 일자리는 태생적으로 한몸으로서, 경제성장이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만 가계의 소득 증가를 통해 구매력이 높아지고 소비가 유지되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서 성장이라는 달리기를 멈추면 경제가 중심을 잃게 되고, 일자리가 늘지 못하면 유효수요 부족으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일자리라는 고약한 문제에 어떠한 해법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계획인가. 윤정부는 취임사와 110개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일자리 문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취임사에서 시장과 자유를 강조하였고,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정부주도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주도 일자리, 세금 투입 일자리가 아니라 기업투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일자리사업의 구조조정과 평가 강화를 통한 효과성 제고를 목표로 하였고, 고용서비스의 인적·물적 전문성 강화를 통한 전달체계 효율화를 국정과제에 담았다. 이러한 접근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보수진영의 정책방향에 충실한 것으로서 작금의 엄중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노동·교육·연금·공공부문 개혁 의지를 보인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윤정부가 당면한 일자리 문제는 코로나 외에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유가, 물가급등이라는 강력한 외생변수로 인해 더욱 풀기 어려운 고약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시장·경쟁·효율·작은 정부 등을 강조하는 보수진영의 경제해법은 경제가 잘 굴러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경제위기 시에는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케인즈식 해법이 필요하다는 딜레마가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적인 위기이며, 저금리의 종식에 따른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겹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위기의 심각성이 있다. 1~2년 뒤에 경제가 V자 반등을 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경제위기와 양극화가 심해질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케인즈를 소환하게 되고, 시장·경쟁·효율의 철학보다는 정부의 역할의 증대를 통한 양극화의 완화, 재정 지원 일자리의 확대 등이 필요하게 된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향후 5년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어떤 대국민 메시지를 전파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였고, 일자리-성장-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을 위해 일자리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정권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챙기는 핵심 거버넌스는 두지 않았고, 일자리 정책 방향도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사 자율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신산업 생태계 조성 등 시장 활력의 회복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부디 이러한 접근이 성공했으면 한다.
그러나 최근 경제환경의 불안정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과거 정부의 일자리 정책들을 진단해 보고 미진한 부분, 수정해야 할 부분, 새로이 추진할 정책을 면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늦어도 2∼3개월 뒤에는 일자리 정책에 대한 종합 청사진도 국민들에게 제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새 정부가 위기 관리 능력이 있고 일자리 문제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 전달은 중요해 보인다. 퍼펙트 스톰이 올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불안하지만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크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늘고 민생이 편안해진다면 진보정부이건 보수정부이건 뭐가 중요한 것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