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매물 내놓으려고 부동산에 시세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종부세를 완화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갖고 있기로 마음을 바꿨어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 모씨)
"몇 달째 시장에 내놔도 매수자가 안 나타나니까 집주인들이 굳이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진 않고 있지만 종부세를 완화해준다고 하니 당장 급하게 집을 팔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죠." (서울 서초구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지난 22일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에 가해지던 종부세 과세를 없애고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도록 세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고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2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세종 등 13개 시도에서 아파트 매매 매물이 세제 개편안 발표 당일인 3일 전 대비 감소했다. 광주는 1만7842건에서 1만7547건으로 300건 가량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1.7%로 전국에서 가장 컸다. 이밖에도 강원, 세종, 충북 등에서 매물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에너지경제신문은 서울 곳곳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아 다주택자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는지, 매물이 줄어들었는지 등을 알아봤다. 대다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은 "매도를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완화 발표로 보유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매물 회수 건은 아직 없었다"며 "한 달 정도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초동 주변 고가 아파트는 워낙 가격대가 높다보니 팔거나 증여를 하게 되면 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경향이 높았다"며 "이미 종부세 폭탄도 한 차례 경험해봤기 때문에 올해도 버텨보자는 분위기였는데 종부세를 완화해준다고 하니까 매물을 더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이번 세제 개편에 따른 내년 세 부담 변화를 예측해본 결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를 동시에 보유한 2주택자는 납부해야 할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약 1억2632만원에서 약 3048만원으로 9583만원 가량 줄어든다.
서울과 지방에 각각 한 채씩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살펴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와 대전 유성구 죽동 죽동푸르지오 84㎡를 보유했다면 보유세가 4300만원에서 1049만원으로 3251만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또 3주택자의 경우 감소폭은 더 커지게 돼 보유세 부담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입장에서 내야 할 보유세가 감소하게 되면 굳이 1주택자로 돌아서지 않고 보유하겠다는 심리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 팀장은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1억원이 넘는 보유세 부담이 3000만원대로 대폭 완화되니까 세 부담이 줄어 매도보다는 보유하고 있으려는 심리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장 매물을 대거 거둬들이거나 하는 시장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이미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 중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될 시간을 벌게 됐으며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라면 내년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가 종료될 시점까지 매각을 결정해도 되기 때문에 여유로울 것"이라며 "또 수도권의 교통망 확충지, 신축주택 부족지, 자족 등 업무지구 인접 주택은 이번 종부세 경감으로 매각보다 보유로 돌아설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종부세 개편만으로는 시장이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종부세 하나 줄여준다고 수요자들이 드라마틱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종부세보다도 내년 5월 종료되는 양도세 유예 조치로 그 즈음에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과도하게 높은 취득세율과 고금리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다주택자가 보유로 돌아서면서 매물이 줄어들어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장 침체기에 매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집값을 올려서 내놓는 집주인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이 다시 상승으로 갈 수는 없고 하락 속도가 늦춰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현재는 금리 인상, 가격 고점인식, 경기 위축, 거래 관망 등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이 높은 상황"이라며 "보유세 부담이 낮아졌다고 해서 주택을 추가 구입하거나 거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