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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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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위한 국제 실증사업 추진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7 10:20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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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우리는 원자력에 빚을 지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련 포럼에서 한 토론자가 한 말이다.

2020년 원자력은 우리나라 총발전량(55만 2162GWh)의 29%를 생산했다. 우리 기업은 원자력으로 생산한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부(富)와 일자리를 창출했다. 우리나라 명목상 GDP는 1978년 25조 1545억 원에서 2021년 2,017조 6580억 원으로 80배 증가했다. 1978년은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해이다. 우리 가정은 각종 가전제품을 쓰면서도 전기 끊길 걱정을 하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다. 202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1만 7862톤이 발생하여,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40여 년간 누적된 것치고는 적은 양이다. 우라늄 1g이 석탄 3톤에 준하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전력 생산에 투입된 양이 적으니, 배출되는 부산물도 그만큼 적다.

사용후핵연료는 관리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 들어가기 전 외형 그대로다. 전기 생산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석에너지는 발전소에서 연소하는 중 탄소를 배출하고 폐기물도 남긴다. 배출된 탄소는 대기 중으로 날아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그 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옷을 걸치고 돌아오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핵심은 관리 기간이 장기라는 데 있다. 우라늄 핵이 분열하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사용후핵연료에 담겨 있다. 이들 방사성 핵종 중 오랫동안 방사선을 방출하는 핵종이 있다. 이들 핵종을 사용후핵연료로부터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미래 세대를 고려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장기간 관리해야 하므로, 이 관리부담을 미래 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외 법령 등은 사용후핵연료를 미래 세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 세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유럽연합(EU) 택소노미의 최적가용기술(Best Available Technology) 개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의사결정 시점에 가용한 기술 중 최선의 것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를 여기에 적용해보면, 미래 세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결정하려 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가용한 기술 옵션들을 우리가 개발해 물려줘야 한다. 선택된 옵션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부지 등도 같이 말이다.

정부 계획은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종합 계획이어야 한다. 지난해말 발표된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사용후핵연료를 폐기물로 간주해 직접 처분하는 것만 담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에는 여전히 쓸만한 핵물질이 들어있다. 이 핵물질을 핵확산 우려를 불식하고 새 연료로 재활용하는 옵션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 암운을 드리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 에너지 기술자립의 절실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개발에도 난관이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개발 및 실증을 위해서는 미국의 사전동의가 필요하고, 막대한 재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나라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소중한 기술 개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개발의 난관 타개를 위해, 7개국이 공동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사업을 참고하여,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의 국제 공동 실증을 제안해보자. 한·미가 지난 10년간 공동 개발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Pyro) 기술을 이용해, 한·미·일 3국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노심용융물을 처리하는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제 공동 실증은 핵확산 우려를 불식하고 개별 국가의 재정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방사성 오염수 근원인 노심용융물을 처리하여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원자력에 진 빚을 갚아야 할 때다. 이것이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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