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전국 최초로 전 가구 대상 난방비 지원에 이어 올해는 전국 최대 규모 지역화폐 발행 확대 등 중앙정부 재정지원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과감하고 발 빠른 대응으로 돋보였다. 전국 최초로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지원으로 57년 넘게 방치됐던 국가책임을 수면 위로 밀어올렸다. 기초단체 최초로 RE100지원팀을 신설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갖춰 기업 지원을 도모하는 정책을 수립해 정부보다 앞장서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
익숙한 선례를 따르기보다 선례를 만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시민중심 적극행정'을 시정 핵심 철학으로 강조해온 민선8기 파주시가 그렇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며 일구어낸 지난 2년간 성과는 남다른 측면이 크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5일 “관료주의, 보신주의에 기대 익숙한 선례만을 따라가려 한다면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공직자는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시민 관점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적극행정을 펼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긴급에너지안정지원금… 403억 파주페이로 지급
코로나19 팬데믹 터널 끝에 출범한 민선8기 파주시는 지난 2년간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위기에 빠진 민생을 일으키는데 진력했다.
20년 만의 최강 한파가 몰아닥친 작년 1월, 파주시는 '긴급에너지생활안정지원금' 20만원을 모든 가구에 지급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공요금이 폭등하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난방비 폭탄'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파주시는 발 빠른 정책 결정으로 시의회를 설득해 조례를 만들고 신속한 지급 실행으로 난방비로 인한 가계 시름을 덜어줬다.
전광석화처럼 발 빠른 정책 결정에 이어 행정처리 과정 하나하나에도 시민편의를 극대화했다.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첫 주 차에 요일별 5부제를 도입해 시간낭비를 줄였고, 전담 콜센터를 운영하며 총 1만건 이상 상담을 진행해 누구라도 쉽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디지털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를 운영했다. 1개월 만에 20만 세대가 지원금을 신청, 최종 지급률 92.5%를 달성했다. 시민중심 적극행정이 빚어낸 성과다. 총 403억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파주페이로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최대 규모, 최고 수준 파주페이 시행… 지역경제 활력 마중물
올해 들어 경기는 더 악화하고 민생은 더 어려워졌다. 고금리-고물가에 서민지갑이 닫히면서 소비 부진 여파가 지역상권 위기로 이어졌다. 이에 파주시는 지역화폐 파주페이를 선제적인 대응책으로 응수했다.
국비 삭감으로 대다수 지자체가 혜택을 축소하거나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있는데 파주시는 10% 인센티브 혜택을 3년 연속 유지하고, 충전금액 한도도 전국 최고 수준인 70만원으로, 설, 추석, 가정의달인 5월은 100만원으로 상향해 연간 파주페이 발행 목표를 작년 대비 3배 수준인 46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1인당 최대 연간 89만원 인센티브 혜택이 제공되는 파격적 결정으로 가계지출 부담을 덜어주고, 온전히 관내에서만 소비가 가능한 지역화폐를 통해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어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실적이 쏠쏠하다. 올해 1분기 결산만으로도 파주페이 실제 발행액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57%나 증가한 662억원을 기록했다. 가계에서 소비한 662억원 파주페이가 고스란히 골목상권으로 흘러들어 소상공인 자영업자 매출을 높이는 선순환 효과를 낳았다.
파주페이 발행 확대를 통해 재정집행을 늘려 관내 소비를 끌어올리는 파주시 전략은 작년 행정안전부 지방물가 안정관리 평가 우수기관 선정으로 실효성이 입증됐다.
'국가 외면' 민간인 고엽제피해자 지원 첫발… 조례 제정
파주시 적극행정은 책임 주체가 국가인데도 오랜 세월 외면됐던 사회문제 해결에도 빛을 발했다.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지원이 그 예다. 파주시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민간인 고엽제 피해 실태를 밝히고, 이를 근거로 조례를 제정해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1960년대 말, 주한미군이 북한의 대남 침투를 견제하기 위해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을 따라 고엽제를 살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이 지역에 근무하던 군인과 군무원과 자녀들 피해에 대해 치료와 보상이 이뤄졌다. 그러나 정전협정 이후 비무장지대 내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조성한 파주 대성동마을 주민 역시 실질적 피해를 입었으나 법적 구제대상에서 제외된 채 57년이나 방치됐다.
작년 파주시가 실시한 대성동마을 피해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엽제 살포 당시 거주한 주민 60명 중 85%가 당뇨병-폐암 등 고엽제 후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파주시는 가장 먼저 이들을 끌어안으며 정부가 외면해온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의 수많은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다시 한 번 이들에 대한 국가책임을 촉구하는 단초를 열었다.
정부보다 한발 앞서 '파주RE100' 추진… 수출지원 도우미
파주시는 글로벌 환경 이슈로 떠오른 기후위기 대응에도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말 파주시 주최로 열린 경기종합체육대회 현장에선 화려한 스포츠 행사 이면에 파주시의 혁신적인 친환경 정책 면모를 엿보게 했다.
파주시는 경기장에서 소모되는 모든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지난 대회부터 경기도가 야심차게 이끌어온 친환경체육대회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국내 모든 체전을 통틀어 전례 없는, 이른바 'RE100체육대회'를 탄생시켰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충당할 것을 선언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구글-이케아-애플 등 굴로벌 기업이 잇따라 이에 동참하면서, RE100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RE10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출길이 막히는 사태에 직면한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중앙정부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원전 회귀 정책에 밀려 재생에너지 공급비율은 오히려 더 쪼그라드는 형국이다.
파주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라도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파주시는 2024년을 '파주RE100' 추진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 아래 기초단체 중 최초로 RE100 지원팀을 신설하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파주시는 앞으로 2030년까지 중소기업 100개 회사가 쓸 수 있는 100메가와트 전력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관내 기업의 RE100 실현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파주시는 RE100 조례 제정을 통해 공공기관으로서 탄소중립 실천을 선도하는 동시에 수출 기업들을 적극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기도가 주관하는 '경기RE100 선도 사업'은 지속가능한 도민 참여형 발전소 등 다양한 에너지신산업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공모사업에 파주형 삼방 태양광발전소 구축 등 3개 사업이 선정돼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현수막 상용화로 탄소중립 실천… 차액지원제 시행
파주시는 작년 12월전국 최초로 친환경 현수막 상용화와 폐현수막 재활용을 촉진하는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플라스틱 합성섬유와 유성잉크로 제작된 현수막은 자연분해가 불가능해 95% 이상 소각 처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탄소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환경보호, 탈플라스틱 사회로 전환 등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탄소중립 실천이기도 하다.
파주시는 친환경 현수막 사용 촉진을 위해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친환경현수막 디자인 지침을 개발하고 '상냥한' 친환경 현수막 인증마크도 도입했다. 관내 지정 게시대에 게첨되는 현수막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할 경우 장당 최대 1만2000원을 지원하는 차액지원제도를 시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민간에서도 친환경 현수막 사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홍보와 계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연말 친환경 현수막 사용과 현수막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파주시 적극 조치를 우수사례로 선정해 이를 광역자치단체에 전달해 관할 시군구에 적극 전파하도록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