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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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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추진시 우선 검토해야할 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7 10:09

강기성 (사)전력경제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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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성 (사)전력경제연구회 회장


최근 스위스가 14년간의 부지선정 과정을 거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최종 후보지를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도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에 이어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이다. 시기적으로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부지선정을 위한 전문가들의 지질학적, 지구화학적 요소와 수리지질학적, 암반공학적 특성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시선정을 위한 지하연구시설(URL, Under Ground Research Lab)은 필수사항이다. 그 목적은 지하 500m가 넘는 깊은 땅속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에 대한 학문적 기술적 자료와 이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깊은 땅속 데이터를 얻는데 있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과 관련하여 국내 지질분야 전문가 토론회 개최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URL과 영구처분시설의 지질학적 수문학적 등의 모든 조건이 동일해야 영구처분장의 설계와 건설이 가능하다는 일부 학자나 기술자들의 주장과 믿음을 공학적 방법론을 통해 검증해 보고자 한다.

먼저 URL에서 직선거리 5Km 떨어진 곳에 영구처분장을 건설한다고 가정할 때 지질학적 수문학적 등의 조건이 똑같은 곳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고리, 영광, 월성, 울진원전의 경우 건설과정을 통해 모든 호기의 부지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면 URL과 영구처분장 후보지의 데이터가 상이할 경우 어떻게 설계하고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까.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시설을 설계할 경우 데이터의 부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체로 다음의 다섯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첫째, 다른 나라의 선행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사용후핵연료 연구처분 시설을 짓고 있는 핀란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겠다. 결국 독자적 기술자립과 기술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연구개발(R&D) 비용을 부풀려 보겠다는 말과 똑같은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둘째, 설계의 보수성(conservatism)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해당 부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조사된 태풍보다 수십배 강한 태풍과 강도 7이상의 지진이 지하 500m 영구처분장 바로 밑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한다.

셋째, 자연 또는 인공현상에 관한 유사한 연구조사결과를 인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가봉에서 수억 년 전에 자연적으로 발생했던 ‘오클로(Oklo) 현상’을 생각해 보면 된다. 특별한 안전방벽이 없었어도 수억 년 전에 생성된 핵분열 생성물이 원래 위치에서 1~2km 이동 한 정도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가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에 적용하려는 여러 겹의 안전방벽이 ‘과잉설계’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넷째, 기본 데이터의 변화 즉 설계조건을 다양한 방법으로 바꿔가면서 영구처분장 안전성 여부를 다양한 시뮬레이션(Tens of thousands of simulations)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다양한 설계변수의 임의 조합을 통해 영구처분장 개념설계를 반복적으로 시도해 보고 물리, 화학, 지진, 열수력 등 잠정적인 설계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그런 이후에 안전성, 건설용이성, 운영용이성, 규제요건의 만족 여부 등을 따져 보기 시작한다.

다섯째, 최적화 설계를 시행한다. 반복적인 설계 엔지니어링으로부터 규제기준을 충분히 만족하는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과 국민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런 과정은 리스크가 큰 설비나 시설의 설계와 건설 그리고 운영과정에서 항상 반복된다.

우리는 원자력기술을 맨 밑바닥 기초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설계가 거의 완성된 원전을 도입하는 과정을 통해 기술자립을 이루었다. 그런 이유로 ‘어떻게(How)’ 는 알지만 ‘왜(Why)’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도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미국과 프랑스 등 원자력 선진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공개된 ‘고준위 방폐물 연구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향후 연구개발에 9002억 원,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에 4936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방폐물 기금의 관리효율성 검증차원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고준위 연구개발 예산 중 인건비 비중과 적정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고준위 방폐물과 같은 조 단위 장기 국책연구과제의 경우 대통령실과 산업부 담당자들이 먼저 연구과제의 불편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비효율적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허술한 연구에 의존해 만들어진 정책과 규제가 국가경쟁력 퇴보의 주범임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 주도의 ‘제3자 정책 검증제’ 도입을 제안한다. 각종 연구과제결과물로 만들어진 비과학적 정책과 규제, 상식 밖의 예산낭비에 대한 검증과 개선이 윤석열 정부의 상징인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위한 혁신의 시작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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