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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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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알맹이 없는 수출동력 확보대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6 10:03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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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세계 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달 수출 실적이 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 성장동력인 수출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철강, 석유화학 등이 동반 부진에 빠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도 수출 부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5대 신산업 분야에서 수출동력 확보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들어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5대 분야는 ‘주력산업’, ‘해외건설’, ‘중소·벤처기업’,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1조원 규모의 재정지원과 3000억원 규모의 민관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초격차를 확보하고, 연간 500억달러 ‘해외건설’ 수주 및 세계 4대 강국 달성,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관광·콘텐츠’ 분야에서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세계 선도산업으로 도약하고, ‘디지털·바이오·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위 5대 분야는 우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거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신산업으로서 우리 수출 재도약의 기반이 될 핵심 분야라고 설명했다. 대표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인력 양성 규모를 당초 계획한 1만 5000명에서 2만 6000명으로 늘린다. 차세대 반도체는 물론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등 관련 유망기술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중소·벤처 분야의 경우 이달 중 세제지원 내용 등을 담은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한다. 또 외국인 관광객 숙박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조치를 3년간 연장하고, 인공지능(AI) 초일류 전략과 디지털·바이오 혁신전략을 수립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계획 추진을 위해서는 이달 중 부문별 주관부처가 각각 민관합동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수출동력확보를 위한 분야별 과제 추진 및 신규과제발굴을 하게 된다. 주력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외건설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는 중소벤처기업부, 관광·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바이오·우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37쪽 분량의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준비가 부족하고 급조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계획이 여러 번 발표된 적이 있다. 이런 계획을 발표할 때는 투자액에 대해서는 재원 조달 계획이 있어야 하고, 투자에 대한 기대 효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각 부분에 얼마를 투자하면 이로 인해 수출액이 얼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와 같은 수치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자와 기대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제시가 거의 없다. 추후에 더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엉성한 그림을 제시하여 뭘 달성할지 의구심이 든다.

5대 신산업 분야에 각각 얼마씩 총 얼마를 투자하면, 각 부문 그리고 전체적인 수출 증가 효과가 얼마 기대된다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계획을 들여다봐도 그러한 내용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서 계획을 발표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5개 부처에 요구해서 받은 미완성의 계획서를 그대로 모아서 발표한 듯하다.

이번 계획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주력산업은 반도체·이차전지 등 경쟁력 초격차 확보, 해외건설은 연 500억달러 수주하여 세계 4대 강국 달성, 중소·벤처는 중소·벤처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관광·콘텐츠는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세계 선도산업 도약, 디지털·바이오·우주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해외건설 부문에만 수출(수주) 목표가 있고, 다른 부분에는 전혀 없다.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추진계획’인가? 수치화되지 않은 계획(목표)은 의미가 없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한 5대 분야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려고 내용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구체적인 종합계획이 없어서 지적할 수가 없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5대 분야를 선정해서 발표한 것에 만족해야겠다. 정부는 반드시 연내에 5대 분야 각각에 대한 투자 규모, 재원 조달 계획, 이로 인한 수출 증가 기대 효과 등을 반드시 수치로 계산하고 합산해서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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