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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공정성 훼손”…창원시 스스로 파헤친 ‘마산해양신도시 부실 공모 백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07 08:00

창원=에너지경제 신문 이상욱 기자 6일 마산해양신도시에 인접한 마산어시장 상인들은 창원시가 발표한 감사 결과 이야기를 꺼내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들이 창원시청에서 벌어진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15년 8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진행된 5차례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공정성 시비가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선가게 상인 A 씨는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초고층 빌딩을 지으며 '건설 강국'으로 불리지만, 정작 마산해양신도시 하나 제대로 못 짓는 민낯이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21년째 지지부진한 마산해양신도시 사업의 정점(頂點)은 단연 4~5차 민간사업자 공모 과정이다. 민간사업자들의 불만은 결국 크고 작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창원시는 4차 사업자와 우선협상대상자 미선정 관련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를 두고 5차 사업자와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다.


창원시 자신조차도 감사 결과를 내놓으며 '특혜, 공정성 훼손, 업무 태만'을 지적했다. 안일한 생각 속에서 자연스레 법정 분쟁에 끌려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사업 4~5차 공모 과정의 주요 매듭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마산해양신도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 1가에 건설 중인 마산해양신도시 전경. 제공=창원시

◇ 고시된 공모 구역과 달리 위치·면적 바꿔 4~5차 공모 진행

창원시는 2013년 11월 고시된 이 사업 공모 구역(특별사업구역)과 다르게 위치와 면적을 바꿔 4~5차 공모를 진행한 것이 창원시 자체 감사로 적발됐다. 2020년 10월 13일 허성무 전 창원시장이 발표한 마산해양신도시 개발 방향 비전이 한몫했다. 담당 공무원 B 씨 등은 2021년 5월 5차 공모에서 원래 고시된 민간자본 유치구역의 용도'일반상업지역, 준주거지역, 자연녹지지역, 준공업지역'이 아니라 공모 구역 전체를 용적률 1000%까지 허용하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특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가 화근이 됐다. 당시 B 공무원은 2020년 8월 4차 공모계획에 따라 개발·실시계획 변경과 공모를 동시에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 C 담당 과장의 지시로 민간사업자 공모만 먼저 추진했고 공모 구역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을 알고선 특별계획구역 명칭을 제외한 채 공모계획을 수립해 버렸다. 도시개발법을 위반하면서 말이다.




창원시 감사관은 “5차 공모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과 관련한 법적 위험은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하게 된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모지침서에 제시한 용도지역 등이 최초 고시된 개발·실시계획이 추구한 공공의 이익보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보장이란 특혜 논란을 초래해 신속한 사업 진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창원시가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불법 행위를 스스로 저질렀음을 인정한 셈이다.


마산해양신도시 공모 구역

▲2013년 11월 29일 고시된 마산해양신도시 공모 구역과 2020년 10월 13일 발표된 개발 방향 비전의 공모 구역 비교 그래픽. 제공=부산고등법원 창원제1행정부

◇ 공모지침서 무시한 채 입맛에 맞는 선정심의위원회 구성해 평가

창원시는 2021년 4월 14일 4차 공모 사업자인 GS건설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선정심의 평가를 추진하면서 공모지침서에 없던 창원시 공무원 3명을 심의위원에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시는 그해 4월 8일 선정심의 평가를 앞두고 사업자에게 공모지침서대로 전문가 15인을 선정심의위원으로 추첨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튿날 담당 부서는 허 전 시장에게 '마산해양신도시 민간복합개발시행자 선정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계획'을 보고하면서 공무원 3인을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하고, 외부전문가 11인만 분야별로 추첨하기로 계획했다. 마침내 창원시는 사업자의 반론 기회마저 박탈한 채 시장 입맛에 맞는 계획대로 선정심의위원회를 열었다.


특히 선정심의위원회 간사인 C 과장은 심의 당시 GS건설 컨소시엄의 탈락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허 전 시장으로부터 “사업자의 용지 매입비가 아쉽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심의위원들에게“시장님께서 말씀하신 땅값이 문제여서. GS건설 컨소시엄의 용지 매입비 2400억원으로는 창원시 사업에 차질이 있다"며 사업자 탈락을 유도했다.


심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당연직 공무원 3명은 대부분 평가항목에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고, 외부 심의위원들 역시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단독 평가 대상인 GS건설 컨소시엄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탈락하게 됐다.


훗날 한 심의위원은 “간사가 선정심의위원회 전·후 두 번씩이나 토지매입비를 적게 써냈다고 얘기해 GS건설 컨소시엄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심의 중 쉬는 시간에 간사가 나와서 2300억원이면 토지개발비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 사업이 마이너스 되겠다고 생각했다. 심적인 부담이 가중돼 평가 점수를 낮게 줄 수밖에 없었다. C 과장의 발언은 GS건설 탈락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털어놨다.


창원시 감사관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실현하기 위해 '청탁금지법'에 반해 심의위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일갈했다.


◇ 협상 기한 무기한 연장 특혜 제공

이번 감사에서는 창원시가 5차 공모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시협약 체결기한 연장 요청을 아무런 근거 없이 수락한 사실도 드러났다. 창원시가 사실상 협상 기한을 무기한 연장하는 등 특혜를 제공해 사업을 장기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창원시는 2021년 10월 8일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통보한 후 실시협약 체결기한인 2022년 1월 5일까지 6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지만, 모두 결렬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그해 11월 11일 2차 협상 때부터 수익성과 분양 불가를 이유로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때 창원시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원칙적으로 취소해야 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실시협약 체결기한을 이틀 앞두고 담당 부서 논의만으로 기한을 '실시 협상 합의(안) 도출 시까지'로 정했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연장·승인해 이 같은 비위를 저질렀다.


어시장 상인 A 씨는 “어처구니가 없는 거죠. (이런) 창원시 공무원들의 행태가 GS건설 컨소시엄 소송 패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창원시가 마산해양신도시 민간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지난해 이자로 낸 혈세만 5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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