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입주 이래 처음으로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빨라지는 집값 하락세에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내 주요 고가 아파트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경매시장에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매매 시장에서 신고가를 경신해온 단지들이지만 시장 불황과 시세 하락에 수요가 감소하면서 잇따라 유찰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 주택 시장 불황에 ‘똘똘한 한 채’도 경매 물건으로 등장
12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01동 전용면적 84.98㎡는 경매 매물로 나왔다.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아파트 지분이 아닌 단독 명의로 경매에 나온 것은 지난 2016년 해당 아파트 입주일 이래 처음이다.
최초 감정가는 42억원이며 KB캐피탈 등에 근저당 25억원이 잡혀 있다. 현재 KB 시세는 39억원으로 감정가가 KB 시세 대비 3억원이 비싸다.
다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올 초 책정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감정가가 1억원 가량 저렴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8㎡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 4월 거래된 43억1000만원이며 동일면적 최고가는 지난 1월 기록한 46억6000만원이다. 하지만 이날 기준 동일면적 매물이 매도호가 40억원에도 나와 있어 시세 대비 저렴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유찰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내년에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오는 13일 낙찰자를 찾지 못할 경우 다음 재매각일인 내년 1월31일로 물건이 넘어가게 되며 최저 입찰가는 기존 입찰가보다 20% 낮아진 33억6000만원에 책정된다.
◇ 대치은마·DMC아이파크 등 1회 유찰 사례 많아
금리 인상 기조에 경매 감정가가 시세를 웃도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미 경매시장에 한 차례 등장했다가 유찰돼 재매각되는 단지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22동 전용 84㎡는 지난달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입찰자를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오는 15일 재매각 절차를 밟으며 최저 입찰가는 기존 감정가 대비 20% 낮은 22억3200만원에 진행될 예정이다.
유찰 당시 업계에서는 유찰 이유를 시세보다 감정가가 높기 때문으로 꼽았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거세지면서 실거래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1년 전인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2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21일에는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경매 물건으로 나온 22동과 같은 동 매물 역시 지난 10월 21억원에 거래됐다. 층수 차이가 있지만 경매 물건의 감정가보다 실거래가가 6억9000만원이 저렴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응찰자를 찾지 못해 수차례 유찰되는 과정에서 최저 입찰가가 시세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아이파크 105동 전용 60㎡는 오는 13일 경매 물건으로 나온다. 벌써 2회 유찰을 겪고 3번째 등장이다. 최초 감정가는 10억원이었으나 2회 유찰 과정에서 20%씩 감정가가 낮아지면서 오는 13일에는 6억4000만원부터 입찰이 진행된다.
해당 단지 동일 면적의 지난해 10월 실거래가는 최초 감정가와 비슷한 10억5000만원이었으며 이날 기준 시장에는 매도호가가 최저 9억4000만원에 나와 있다. 이번에도 유찰될 경우 내년 1월17일 5억1200만원으로 재매각 일정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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