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김기령 기자 |
"법정에 온 사람이 많으면 뭐하나요. 몰린 사람에 비해서 입찰 참가자는 적은 편이에요." (경매 대출 관련 종사자 B씨)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 경매법정 주변으로 사람들이 한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마련된 100석은 곧 가득 찼고 자리를 찾지 못하고 선 채로 참관한 이들까지 합하면 약 300명 가까운 인원이 몰리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입찰 희망자들은 입찰 서류를 받아들고 법정 곳곳으로 흩어졌다. 행여나 입찰가 정보가 새어나갈까 손바닥으로 서류를 가리기도 하고 비상구에서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다. 입찰 마감시간인 11시10분 전까지 입찰가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경매 시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집값 약세에 시세보다 비싼 감정가에 경매 낙찰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만큼 유찰 매물이 늘어나면서 초급매 수준의 매물을 구할 확률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경매 관련 책을 들고 법정을 찾았다. A씨는 "오늘은 입찰보다는 분위기를 살펴보러 왔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물은 정말 희귀했는데 부동산 하락세에 대단지 아파트도 경매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을 가득 메운 인파에 비해 낙찰 건수 자체는 많지 않았다.
경매대출 관련 종사자 B씨는 "오늘 정도면 입찰하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니다"라며 "요즘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경매학원 등에서도 교육 차원에서 많이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날 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경매 물건 82건(주거시설, 상가, 임야, 차량, 묘지 등) 중 1명 이상 입찰한 물건은 총 17건이었다. 이날 입찰된 매물 중에는 아파트도 4건 있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2차현대홈타운 202동은 지난 10월과 11월 유찰되면서 감정가가 최초 25억2000만원에서 17억2150만원으로 낮아졌고 이날 17억2150만원에 낙찰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101동 역시 감정가 16억8000만원을 웃도는 18억7662만9909원에 낙찰되며 주인을 찾았다. 2위 입찰자는 18억1980만원을 써내 낙찰에 실패했다. 서초구 양재동 드림팰리스 102동 역시 3번 유찰 끝에 이날 3억1230만원(감정가 3억720만원)에 매각됐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유찰됐다. 지난달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등장하면서 관심을 모았지만 입찰자를 찾지 못하고 한 차례 유찰된 뒤 재매각 물건으로 등장했지만 또 다시 유찰됐다. 지난달 10일 최초 27억9000만원에서 시작한 은마아파트 감정가는 1차 유찰되면서 22억3200만원으로 20% 낮아졌고 이날 낙찰자를 찾지 못해 다음 매각기일 감정가는 17억8560만원으로 낮아졌다. 3차 매각기일은 내년 2월2일로 예정됐다. 이밖에 도곡현대, 잠원신반포 등도 유찰됐다.
한편 이날 경매 진행 물건 중 적은 금액 차이로 낙찰에 실패하는 사례가 나왔을 때 장내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서초구 양재동의 한 오피스텔은 감정가 3억4100만원이었는데 3억5200만원에 낙찰됐다. 그 다음으로 높은 입찰가는 3억5111만9900만원으로 1위 입찰가와의 차이가 9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경매가 참 쉽지 않다"는 한숨 섞인 대화도 오갔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장 입찰에 뛰어들진 않아도 현장 분위기를 관망하기 위해 경매 현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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