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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냉골서 외투 입고 자며 버텨요"…연일 맹추위에 '난방비 폭탄' 현실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1 15:20

21일 일제히 발송 11월분 관리비 청구서 살펴 보니



서울 강서 아파트 단지 전체 난방비 무려 54% 올라



열요금 1년 새 38% 인상되고 난방수요 증가한 탓



11월분과 달리 맹추위 이어진 12월분 부담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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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계량기.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난방비가 크게 올라 벌써 주민 민원이 걱정입니다."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씨)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단지의 11월 전체 난방비가 지난해 같은 달의 무려 1.5배로 뛰었다. 지난달은 겨울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예년에 비해 따뜻했는데도 난방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연일 맹추위를 나타낸 이번 달부터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열 요금이 대폭 인상된데다 날씨까지 점차 추워져 난방수요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달 난방 사용분 요금이 청구되는 새해 첫 달부터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연중 한파는 12월 시작돼 이듬해 1월 최강을 나타낸다. 올 겨울 난방비 폭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열 요금 인상 이후 첫 겨울인 11월 분 아파트 관리비 청구서가 각 세대별로 일제히 발송됐다. 주민들은 이 11월분 관리비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날 11월분 아파트 관리비 청구서를 발송한 서울 강서구 B아파트단지(총 6개동 540가구)의 관리소에 따르면 이 단지의 총 난방비는 약 4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2980만원보다 1620만원(54.3%)나 늘었다. 이 단지의 난방비를 세대별로 보면 올해 11월 평균 8만5185원이다. 지난해 11월 5만5185원보다 1만5436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 아파트 주민 C씨는 "오늘 11월 관리비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특히 아직 본격적인 겨울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난방비가 지난달보다 4만원 넘게 올랐으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C씨가 이날 받아본 11월분 관리비 청구서를 보면 난방비만 13만3920원이다. 전체 관리비 38만2460원의 3분의 1을 넘는다. B씨의 11월분 난방비는 10월분 9만1220원보다 4만2700원(46.8%)이나 많았다.

C씨는 "지난달 날씨가 따뜻해 난방을 켠 날이 별로 없다"며 "맹추위가 계속된 이번 달 들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난방을 안 돌리고 냉골에서 외투입고 잠을 잤는데 앞으로 난방비를 어떻게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는 특히 "난방비 걱정에 전기 매트 등을 사용하려 해도 전기요금도 올해 15%나 올라 난방비를 아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난감해 했다.

세대별로 청구되는 난방비에는 △기본료 △급탕비 △세대별난방비 △공동난방비 등 4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올 겨울 추위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에는 대부분 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서는 등 겨울치고 비교적 따듯한 날씨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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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요금 고지서.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이에 따라 서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실제 체감하는 시기는 12월 분이 청구되는 새해 첫 달(다음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 관리사무소 직원 A씨는 "이번 달 너무 추워 내년 1월 발송되는 청구서에 더 큰 난방비 폭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난방비 등 관리비가 갑자기 크게 오르면 관리소의 문제가 아닌데도 주민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많을 것으로 보여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각오하고 있다.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동절기에는 급탕비마저 1㎥당 6000원으로 오른다. 봄철과 가을철 1㎥당 4200원에서 1800원이나 인상되는 것이다.

열 요금이 크게 오른데다 날씨까지 추워 난방사용량까지 많이 쓰게 되면 요금 폭탄이 불가피한 만큼 아끼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처럼 갑자기 난방비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열 요금이 최근 8개월 사이에 40% 가까이 오른 탓이다.

열 요금은 난방 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요금인데 올해만 세 차례에 걸쳐 총 38%나 올랐다.

열 요금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도시가스 요금과 연동해 산정한다. 최근 국제 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열 요금이 덩달아 인상된 것이다.

주택용 열 요금은 올해 3월 1Mcal(메가칼로리)당 65.23원에서 지난달 89.88원으로 8개월 새 무려 37.8% 뛰었다.

열요금 체계가 개편된 2015년 9월 이후 한 해 열 요금이 세 차례 이상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크다. 이전까지 지난 3년간 난방·온수 요금이 동결됐던 탓도 있다.

이달 한파와 대설특보 등이 잇따랐고 남은 연말까지도 날씨가 추워질 전망이기 때문에 난방비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상청에 따르면 22일부터 북쪽 찬 공기가 다시 남하하면서 뚝 떨어질 전망이다. 21일 오후부터 바람이 거세지면서 22일까지 하루 사이 기온이 5~10℃나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매년 1월에 가장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인 만큼 앞으로 남은 겨울철 동안 난방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난방비 폭탄’을 체감한 시민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난방 절약에 애쓰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보일러 종류와 모델에 따른 난방비 절약 ‘꿀팁’이 공유되고 있다.

△보일러 밸브는 비스듬히 잠글 것 △수도꼭지는 항상 냉수 방향으로 틀어 놓을 것 △보일러를 켤 때 가습기도 함께 사용할 것 등 사소해 보이는 방법도 주목받는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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