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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난방비 폭탄에 화들짝…가스·열 요금 인상 시기·폭 조정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25 16:13

서울 A아파트 지난해 12월분 세대·기본·공동 난방비, 급탕비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라



가스 및 열 요금 인상은 2분기 당초 계획대로 올릴 전망



다만 요금 폭탄 지속 가능성이 높은데다 정부 물가안정 기조 등으로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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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요금 고지서. 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설 연휴 직전 고지된 아파트 관리비 청구서를 보고 혹시 잘못 청구된 게 아닌지 여러 번 살펴본 뒤 관리사무소에까지 연락해 확인했습니다. 난방비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게 정말 실화냐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A아파트(48평형)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해 12월분 난방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B씨의 지난달 세대·기본·공동 난방비는 총 25만320원으로 전년도인 2021년 12월 11만7120원 보다 두 배 이상(114%·13만3200원) 올랐다.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11월에도 전체 난방비가 지난해 같은 달의 무려 1.5배로 뛰었다. 이 아파트 단지의 지난해 12월분 급탕비를 포함한 세대당 총 난방비 평균도 23만7037원이다. 전년 12월 15만 3518원보다 54.4%(8만3519원)나 많아졌다. 세대별로 청구되는 난방비에는 △기본료 △급탕비 △세대별난방비 △공동난방비 등 4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난방비와 별도 부과되는 급탕비도 지난해 12월 3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만6800원보다 역시 두 배를 웃돌았다.

A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직원은 "주민들의 불만이 큰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A아파트 뿐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C아파트단지 24평형(59.4㎡)에 거주하는 D씨도 지난해 12월분 청구 난방비 고지서를 보고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D씨에게 청구된 총 난방비는 14만5000원으로 전년 같은 달 9만9110원보다 46.3%(4만5890원)나 올랐다.

난방비 폭탄이 곳곳에서 현실화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정부에서 전기 요금, 가스 요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국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다"며 "저희 집에도 가스 요금이 나오는데 갑자기 너무 많이 올라 놀라서 잘못 계산된 건가 생각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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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요금 고지서. 에너지경제신문DB.


문제는 이같은 난방비 폭탄이 지난해 12월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난방비 폭탄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국의 추가 요금 인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 4월부터 가스요금을 지난해 대비 1.5∼1.9배 올릴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전방위적인 물가 인상에 난방비 폭탄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를 고려할 때 여론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갑자기 난방비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열 요금이 최근 8개월 사이에 40% 가까이 오른 탓이다. 열 요금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도시가스 요금과 연동해 산정한다. 최근 국제 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열 요금이 덩달아 인상된 것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주택용 열 요금을 지난해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37.8% 인상했다. 지난해 3월 말 Mcal(메가칼로리)당 65.23원이던 요금은 4월 66.89원,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37.8%(24.6원) 올랐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은 지역난방공사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요금을 정한다. 지역난방공사가 정한 열 요금은 시장기준요금이 된다. 지역난방공사 외 집단에너지 사업자는 열 요금 신고 시 시장기준요금보다 10%까지만 열 요금을 더 비싸게 정할 수 있다. 주택용 열 요금 Mcal당 89.88원보다 10% 비싼 98.8원이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열 요금 상한선인 셈이다.

기본연료비의 경우 가스공사가 전년 연료비 상승분만큼 요금을 올리지 못해 발생하는 미수금(손실) 등을 고려해 이듬해 조정한다.

정부는 지난해 줄곧 올해 전기·가스요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해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30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했지만 지난해 발생한 적자를 해소하기엔 턱 없이 부족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지난해 말 기준 8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난방 성수기를 지난 오는 4월부터 가스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요금 인상을 통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구조 해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비록 지난해 가스요금이 38%나 올랐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훨씬 큰 폭으로 오른 것에 비하면 요금 인상분에 크게 못 미쳤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가스요금 인상 폭이 지난해 오른 것의 2배 이상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상폭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상당 폭의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미수금을 2026년까지 해소하기로 하고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인상액(1MJ당 5.47원)보다 1.5배~1.9배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올해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8.4원(분기당 2.1원) 올리거나 10.4원(분기당 2.6원)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가스공사는 올해 요금을 1MJ당 8.4원 올리면 오는 2027년, 10.4원 올리면 2026년에 누적 미수금 해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난방비 폭탄은 다음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설 연휴 전후로 한파와 대설특보가 잇따르는 등 당분간 추운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난방비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당장은 아끼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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