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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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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난방비 논란 끝내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2 10:37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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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요즈음 우리 에너지부문은 온통 ‘난방비 논란’에 파묻혀 있다. 통계청 발표로 지난 1월 우리나라 가정에서 지출하는 전기·가스 등 연료비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32%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가장 큰 폭 상승이다. 더욱이 이 달에도 전기·가스 요금인상이 예고돼 더 큰 ‘연료비 폭탄‘이 걱정된다. 이제 난방비 논란은 민생경제의 주요과제가 되었다. 이에 해결방안을 놓고 백가쟁명(百家爭名)식 처방이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인기영합 정치공방이다. 소비자에 대한 보조 확대의견이 가장 많다. 심지어 전체 인구의 60% 쯤 되는 중산층 모두에게 추경을 통해 보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행정부의 강한 반발에 없던 일로 된 것 같다. 이미 완전 개방된 우리 시장개방 확대주장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다 지금의 난방비 파동을 몇 년 전에 예견하였다는 자기자랑 같은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몇 차례 에너지파동 극복과정에서 국제 에너지(특히 가스)가격하락과 국내 에너지절약에 의해서만 난방비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자칭 정책전문가들의 현학적(衒學的) ‘이름 알리기’ 경쟁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여기서 우리가 사용하는 LNG(액화천연가스) 시장여건을 살펴보자. 세계 LNG시장은 크게 유럽 현물(Spot)시장, Henry Hub 가격 아래의 미국 내부 LNG 시장, 그리고 1년 이상의 장기도입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한국 LNG시장으로 삼분되어 있다. 열량 기준 가격(달러/백만 BTU)수준은 유럽 현물시장이 가장 높고 미국 내부 자급자족 시장이 가장 낮다. 유럽의 LNG 가격 수준이 미국에 비해 5배 쯤 높다. 이는 LNG 저장시설이 완공되지 않아 현물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1년 중 여름(7∼9월)에 가스가격이 가장 높다. 겨울철에 비해서는 대략 2배 쯤 높다. 이는 여름철 냉방수요 충족을 위한 가스발전 증대와 동계수요 대비를 위한 비축량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사실 LNG를 포함한 세계천연가스시장은 여전히 수급불안 상황에 빠져 있다. 실물경기 호조와 중국의 시장개방 등으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확대에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OECD)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가스 생산량은 2019년 대비 겨우 1.7% 증가에 그쳤다. 이에 반해 수요는 최소 3%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러시아 가스공급이 제약이 있는 경우 유럽연합(EU)은 300억㎥의 가스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EU는 비상대응전략(REPowerEU)을 시행했다. 에너지절약 및 신재생 보급 확대. LNG저장설비 확충과 주택단열 등에 3000억 유로를 투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겨울에도 유럽의 가스부족은 없다는 전망이 커진다. 그러나 LNG시장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이런 EU 사례를 답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전력과 가스수요 급증세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최근 1년 정도 ‘연료비 폭탄’에 움츠려온 잠재수요가 큰 폭의 ‘보복소비’로 변모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비싼 현물시장에서라도 화급하게 물량 학보 할 수밖에 없다. 뒤 이을 가격파동을 걱정할 겨를이 없다. 민생 필수재인 에너지공급을 중단하는 일은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나 전력 등 에너지에 대한 공공재(公共財) 안정화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 유럽보다 더욱 강력한 비상대응책이 불가피한하다. 소비자 지원 재원을 공급확충으로 돌리는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횡재세(Winfall Tax)까지는 아니지만 공급기업의 일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도덕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는 ‘대가 없는’ 공익차원 협조를 당부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나 관련 학계가 과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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