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옥 및 한전, 한전 발전자회사 로고.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와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들이 이번 달 2022년 경영평가 보고서 작성 마감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오는 6월 사실상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 예정인 가운데 이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저평가는 물론 성과급 반납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발전공기업의 관계자 A씨는 7일 "지난해에는 좋은 평가를 받고도 성과급을 반납했다"며 "올해는 한전이 지난해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만큼 경영평가를 좋게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또 한수원을 제외하면 사장들이 모두 지난 정부에서 임명돼 현 정부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운 좋게 성과급이 나오는 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반납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성과급이 나오는 C(보통) 등급을 받았지만 정승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전부는 성과급 100%, 1직급 이상 주요 간부의 경우는 성과급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자 나머지 발전공기업들도 잇따라 성과급 반납 행렬에 동참한 바 있다. 당시 한수원도 B(양호)급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다. 석탄화력발전 공기업들 중에는 동서발전이 전체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S등급을 획득해 눈길을 끌었다. 동서발전 외에도 남동·남부·중부발전이 A등급을 받았다. 서부발전만 C등급을 기록했다.
다만 당시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 등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기관들에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을 자율적으로 반납하라고 권고했다. 기획재정부도 경평 발표 직후 한전그룹사 전체가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했다.
한전그룹사의 경우 지난해 적자 속에서 전기요금 인상 대신 채권발행 한도를 더 늘리기로 하면서 부채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복지 축소와 기재부의 인력 감축 기조로 계속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공기업은 경영평가에 따라 구성원들의 성과급은 물론 향후 회사의 업무 방침이나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발전 공기업 관계자 B씨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성과급은 꿈도 꿀 수 없다"며 "그런 것보다 사장님들이 임기를 무사히 마칠지, 공기업 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 여부, 배출권 등 석탄발전에 대한 규제 등 사업환경 악화가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전과 발전공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는 정부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50탄소중립,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로 상향, 탈(脫)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공기업들에 수많은 과제를 안겨줬다.
한전은 수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액화천연가스(LNG)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에는 반영하지 못했다. 현 정부도 석탄화력발전 비중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한수원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경영실적 개선도를 반영해 성과급 산정방식을 변경하는 등 경영평가를 통해 경영실적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전 내부서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도 정부가 지난해 내내 정상 작동을 막은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 공기업 관계자 C씨는 "지난 정부에서 공기업들은 경영평가에서 국정과제 이행 여부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에너지전환 기조에 맞추느라 경영 상황이 악화됐는데 올해는 경영실적 개선도 평가를 넣은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