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뉴스케일파워 제공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자랑하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및 엑스-에너지(X-energy) 등 해외 유수 기업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함께하며 SMR 파운드리로서 입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었지만 원전을 포기하기 보단 SMR 시장에 눈을 돌리며 준비한 덕이다. 향후 글로벌 핵심 에너지원은 물론, 원전에서도 SMR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원전 기술력과 전문성을 지닌 두산에너빌리티의 비상이 기대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2019년부터 뉴스케일파워와 SMR 제작성 검토 및 시제품 제작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4월엔 뉴스케일과 SMR 주기기 제작을 협약하며 원자로 소재 제작에 필요한 금형 제작도 완료했다. 최근엔 뉴스케일파워와 SMR 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SMR 소재 제작에 본격 불을 지폈다.
이번에 체결한 소재는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첫 SMR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UAMPS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 발전소에 사용되는 것이다. 발전소는 아이다호주에 건설될 예정으로, 준공 목표는 오는 2029년이며 1호기당 77MW의 원자로 모듈을 6대 설치해 총 462MW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계약으로 UAMPS CFPP 발전소 원자로 모듈 6대 제작에 필요한 대형 단조품, 증기발생기 튜브, 용접자재 등 주요 소재를 제작하고, 올해 말에는 원자로 제작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는 오는 2029년경 준공 예정인 후속 프로젝트의 기자재를 추가 제작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뉴스케일파워에 이어 미국의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와도 2021년 지분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SMR 파운드리로서 그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엑스-에너지가 개발하는 4세대 고온가스로(모델명 Xe-100) SMR은 총 발전용량 320MW 규모로 80MW 원자로 모듈 4기로 구성된다. 안전성이 강화된 테니스 공 크기의 차세대 핵연료를 사용하고, 운전 중 생산되는 565도의 높은 증기열은 전력생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4세대 고온가스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헬륨을 사용해 고온 운전이 가능하고, 고온의 열을 활용해 수전해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수소를 보다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최근 성과가 우연이 아니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주요국의 탄소제로 선언과 미국 바이든 정부의 SMR 원전 정책 추진이라는 세계 분위기도 한 몫 했지만, SMR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선견지명이 통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기업 중 SMR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유일한 기업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랜 시간 축적한 기술력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톱’이나 다름없었다"며 "SMR 시장 성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만큼, SMR 관련한 러브콜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SMR 파운드리로서의 입지 확대를 위해 SMR 주요 기자재에 대한 수주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장은 "앞으로 국내 개발 SMR 참여, 해외 선도 SMR 기자재 공급을 적극 추진해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나타냈다.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역시 지난달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파워젠 인터내셔널(POWERGEN International) 2023’에 참석해 "국내외 마케팅을 적극 진행해 두산에너빌리티의 다양한 발전 기술과 사업 수행 역량을 적극 알려 향후 수주 활동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