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조만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영업점 방문에 맞춰 취임 후 처음으로 상생금융 종합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과 관계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번 지원책이 이러한 과제를 푸는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 하나→KB국민→신한은행, 대규모 지원책 발표...우리은행만 남았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3일 하나은행 본점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 9일 KB국민은행 본점, 24일 신한은행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번주 중에는 우리은행 고령화 특화 영업점을 방문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취약층 지원 등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을 개점한 바 있다. 해당 영업점은 고령층의 금융접근성, 이용 편의성 제고를 목적으로 신설된 시니어 특화점포다.
우리은행은 이 원장의 방문 시기에 맞춰 상생금융, 취약계층 지원 등을 담은 금융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다른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책을 발표한 만큼 우리은행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올해 1월 중소기업들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시 산정금리가 7%를 초과할 경우 최대 2%포인트(p)까지 금리를 감면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총 23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개인 고객 대상 금리 인하, 중소기업 고객 대상 금융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상생금융 확대 종합지원 방안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해당 지원책을 통해 개인 고객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고객의 금융비용이 각각 약 1000억원, 623억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KB국민은행은 금융, 비금융을 아우르는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날(27일)부터 제2금융권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 상품인 ‘KB국민희망대출’을 출시했다. KB국민희망대출은 차주의 재직기간, 소득 요건 등 각종 요건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최고금리도 연 10% 미만으로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첫 번째 지원책
▲우리금융지주. |
우리은행이 내놓을 이번 지원책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는 1호 상생금융 지원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 회장은 재임 기간 당국과의 관계개선이라는 과제가 있는데, 이번 지원책을 얼마나, 어떻게 차별화하느냐에 따라 당국과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임 회장은 최근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당장은 어렵더라도 성장성 있는 기업들에게 자금을 적시에 공급하고 취약계층, 금융소외계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취임 전 조직개편에서 금융소외계층 전담 상품, 서비스 지원을 집중 강화하기 위한 ‘상생금융부’를 신설하며 금융지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상생금융부는 기존에 여러 부서에서 산발적으로 담당하던 금융지원 방안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한 부서로, 보다 실질적이고 차별화된 금융소외계층 지원책을 제공하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를 담았다. 상생금융 지원책에 어떠한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재임 기간 임 회장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방향타도 달라질 수 있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이행에 몰두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은행의 수장직을 둘러싸고 내부, 외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금융지원책을 발표하기까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임 회장은 지난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으로 우리은행의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현재 직무를 수행하면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은 전문가 심층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4단계로 구성됐다. 차기 은행장은 5월 말경 최종 선임된다. 이와 동시에 임 회장 취임 전 사의를 표명한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차기 행장이 선임될 때까지 현재 직을 유지한다.
금융지원책을 발표하는 주체는 우리은행이지만, 이원덕 행장이 차기 행장 발탁과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만큼 이번 지원책에는 임종룡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이번 은행장 선정프로그램은 그간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선임했던 기존의 절차를 개선한 것으로, 좀 더 신중하고 객관적인 성과 검증을 통해 차기 행장을 선임하겠다는 의도"라며 "(임 회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도 해당 프로그램 가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일부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