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기준금리 동결과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에 힘입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둔화, 가계부채 증가율 둔화 등 금융불균형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8월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압력 완화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에 정책공조의 유효성을 확인시켜줬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국제경제학회에서 '통합적 정책체계(Integrated Policy Framework): 한국 통화정책에의 적용'을 주제로 기조연설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2년 6개월간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에 대해 들어온 비판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타겟팅(Inflation Targeting)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에만 주력하지 않고,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가격 등 물가 이외 변수까지 고려하면서 좌고우면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201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을 포함한 국제기구 및 학계에서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신흥시장국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보완해 통합적 정책체계(IPF)를 채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통적 정책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통합적 정책체계의 적용은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합적 정책체계가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적용됐던 대표적인 사례로 8월 기준금리 동결을 꼽았다. 이 총재는 “당시 대내외 여건을 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물가가 안정세를 나타냄에 따라 통화긴축 수준을 조정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며 “실제로 일부 선진국은 우리나라에 앞서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등 정책기조를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국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그간 주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고, 금융불균형도 확대됐다.
이 총재는 “이에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민간소비 등 실물부문에서는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지만, 금리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과 금융불균형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커졌으므로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를 우선 요구하고 그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8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8월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과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에 힘입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금융불균형이 완화되기 시작했다"며 “이처럼 지난 8월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압력의 완화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간 정책공조의 유효성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선진국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운용체계로 채택하고 있지만 비기축통화국의 중앙은행이라는 제약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데 선진국에 비해 한계가 크다"며 “대외충격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등 정책목표 간 상충 가능성도 더 큰 편"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통해 물가안정을 주요 정책목표로 추구하는 동시에 금융안정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통합적 정책체계(IPF) 하에서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