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길 벚꽃 터널 전경 사진제공=여주시 |
여주의 꽃길에서 휘날리는 꽃잎 하나하나는 이런 화사함과 설렘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여주 흥천 남한강 벚꽃 죽제’는 조금 남다르다.
낯설게 들리겠지만 흥천 남한강 벚꽃 축제(7일부터 9일까지)는 올해로 벌써 7회째다.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드라이빙 관람’이라는 묘책을 쓰며 한 해도 거르지 않은 여주시의 대표적인 관광 축제다.
4월에 들어서면 모름지기 333번 지방도 벚꽃 20길(귀백리 산7번지) 1.2㎞ 도로변에 벚꽃이 만개해 벚꽃 터널을 이루다. 이미 그 자채를 뽐내고 있어 장관이다.
오는 7일에 열리는 개막 축하 공연이나 점등식 같은 행사도 볼거리지만, 여유롭고 한적한 시간에 강변을 바라보며 흐드러지게 핀 벚꽃 길을 느릿느릿 산보하는 여유야말로 ‘여주 흥천 남한강 벚꽃축제’만이 주는 최고의 매력이다.
▲사진제공=여주시 |
2017년 첫 축제에 10만 인파를 몰고 온 저력이 있는 만큼 손님맞이 행사를 준비하는 흥천면 지역 주민들의 열의와 애향심에서 고향의 인심을 느껴보는 것도 적잖은 기쁨을 줄 것이다.
올해도 흥천면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이 참여해 여주에서 난 쌀과 채소로 만든 먹거리와 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한다.
벌써 봄날에 잃은 입맛을 유혹한다.
좀 더 특별한 음식을 찾는 이라면 ‘현지인 맛집’으로 알려진 상백 매운탕집에서 쏘가리와 빠가사리, 잡고기를 넣어 끓인 일명 ‘삼탕’을 추천한다. 강에서 통발로 잡은 민물고기 요리는 오랜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단백질원이자 강이 준 추억의 음식이었다.
축제의 주 무대인 지금의 상백리는 상수원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인 데다 노령층이 다수인 마을임에도 천혜의 자연경관인 강변과 옛 고유의 풍습을 가꾸고 되살려 마을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단결된 힘을 보여 여러 기관으로부터 최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제공=여주시 |
상백2리 마을회관은 여강길 6코스(왕터쌀길)의 종착지이자 출발지다.
‘왕터쌀길’은 상백리 마을회관에서 여주보를 지나 세종대왕 능인 영릉이 있는 세종대왕역사문화관까지의 구간을 이르며 이름에서 짐작하듯 이 지역은 양화천과 복하천이 남한강으로 흘러 들어오며 만들어 낸 충적평야로 여주에서도 이름난 벼농사 지역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던 자채쌀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될 만큼 미질이 좋았다.
양화교를 건너면 강 건너편인 대신면과 이어주던 양화나루가 있던 곳이다.
이 나루에서 배를 타고 남한강 좌우를 건너다니며 비옥한 땅에서 키운 파, 조, 수수 같은 농작물을 내다 팔았다.
어느새 푸릇해진 강변의 이팝나무와 버드나무를 올려다보거나 강 건너 탁 트인 시야로 멀리 삼각산처럼 우뚝 솟은 추읍산의 위엄은 압권이다.
산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관이며 여주보가 만들어 낸 호수 같은 남한강을 발밑에 두고 걷다 보면 옛 여주팔경으로 꼽던 ‘입암’을 만난다.
‘삿갓 바위’라는 뜻답게 오랜 세월 겹겹이 쌓인 지층으로 시간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자연경관 유적이다. 양섬을 바라보며 조금 더 발걸음을 재촉하면 세종산림욕장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자전거길과 공유하며 자전거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500미터쯤 더 걸으면 영릉 입구에 있는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 도착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여강길을 주제로 한 자연과 사람, 역사와 문화를 담은 사진을 찍어 제1회 삶이 흐르는 여강길 사진공모전(3.29~11.5)에 응모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사진제공=여주시 |
마지막 순례지는 영릉으로 흥천면 벚꽃 축제 기간에 세종대왕릉을 찾는 관람객들은 ‘진달래 숲길’을 걸을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에서는 1일 토요일부터 9일 일요일까지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세종대왕릉 홍살문 좌측 능선(3ha)을 개방한다.
수줍은 듯 숨어서 피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면 얼마나 큰 감동의 울림을 주는지 올봄에는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여주=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sih3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