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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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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IRA 보조금 받지만...2025년까지 ‘탈중국’ 숙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04 15:03

미국 보조금 조항 충족...2025년까지 핵심 광물 조달처 바꿔야



"중국 CATL 북미 진출시 경쟁강도 더욱 거세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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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국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업계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지급하는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덜게 됐지만 핵심 광물을 비롯한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빠른 시간내에 벗어나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여기에 IRA가 세계 배터리 1위인 중국 CATL이 미국에 우회 진출하는 방안을 열어두면서 북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IRA 전기차 세제 혜택 관련 세부 지침을 공개했다. 올해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핵심 광물 중 최소 40%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고 부품은 50% 이상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

국내 업계는 세부 조항을 두고 "불이익 우려에서는 벗어났다"고 평했다. 여전히 모호한 규정이 많지만 보조금 규정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이유다.

IRA가 양극판과 음극판을 배터리 부품으로 규정한 반면 양극 활물질은 구성 소재로 판단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부품은 미국에서 50% 이상을 생산해야하지만 핵심 광물은 미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이 된다. 한국 업체의 경우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 등은 국내서, 이후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어 기존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IRA상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급망 재편이라는 숙제는 여전하다.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핵심 광물은 오는 2025년부터 미국이 ‘우려국’으로 지정한 곳에서 조달할 수 없다. 올해 지침에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포함될 여지가 높다. 보조금 조건을 지키려면 당장 2년내 ‘탈중국’에 성공해야 하는 셈이다.

배터리 소재 중국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7.9%로 1년 전보다 4.1%포인트 늘었다. 다른 광물인 코발트(72.8%), 천연흑연(94%) 등도 중국 의존도가 작년보다 늘었다. 중국 기업이 세계 핵심 광물 공급망을 선점한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에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국내 기업 수요가 더해지며 대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핵심 광물 다변화에 나섰다. 미국과 호주, 아르헨티나 등이 대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3사는 광물 기업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나섰다.

IRA 시행에도 불구하고 CATL를 필두로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가속화하는 점도 국내 기업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 포드와 손잡은 CATL은 미국 공장에 대한 지분은 전혀 갖지 않는 대신 기술력에 대한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는 우리 기업이 독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IRA 보조금을 중국 기업도 수령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CATL이 미국 테슬라와도 손잡고 미국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을 타고 급성장한 중국 기업이 테슬라와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연합하는 상황은 북미 시장을 공들여온 국내 기업에게는 악재"라며 "중국 기업의 북미 진출이 가시화되면 경쟁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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