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4월 인증 중고차 디지털플랫폼 콘셉트 이미지를 공개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국내 완성차, 렌터카 등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 진입을 선언하면서 올해 중고차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에 나설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은 연 거래액 30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만 연 250만대에 달해 연 170만대 수준인 신차 시장보다 규모가 크다.
그간 중고차 매매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이 금지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업체들의 매출 규모가 크고 소상공인 비중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중고차 판매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지만 중기부가 대기업의 독점을 우려하면서 사업조정 권고안을 마련했다. 권고안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시범사업 기간을 거친 후 5월부터 인증 중고차 판매가 가능했다.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중고차 가상전시장 온라인 도슨트 투어 콘셉트. |
앞서 현대자동차그룹과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계는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먼저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앱을 자체 개발하고 경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월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마쳤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내 사업 목적에 ‘금융상품판매대리 및 중개업’을 추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출고 5년·10만㎞ 이내인 자사의 차량을 대상으로 200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거친 제조사 인증 중고차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KG 모빌리티도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와 정비 조직 및 체제 등 사업 준비를 완료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 KG 모빌리티 역시 5년·10만㎞ 이내의 자사 차량을 매입해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쳐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를 판매한다.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은 오는 5월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공개할 계획이다. 수원과 용인에 600대 규모의 판매센터를 구축하고 2024년 상반기까지 신규 주차타워를 구축한다. 도매 형태로만 중고차를 판매해온 기존 방식에서 소비자들에 판매할 수 있는 소매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대기업 진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고 시장 자체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대와 동시에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해 중소업체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예고된 일"이라며 "결국 각 사의 차별화 된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kji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