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3일(월)
에너지경제 포토

곽인찬

paulpaoro@ek.kr

곽인찬기자 기사모음




서울 살면 전기료 더 낸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9 07:41
2023052901001501700073382

▲국회는 5월25일 본회의를 열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5월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전기판매사업자, 곧 한국전력이 송전과 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달리 매길 수 있도록 했다(45조). 같은 용량을 써도 서울시민이 내는 전기료가 울산시민이 내는 전기료보다 비싸진다는 얘기다. 법은 1년 유예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분산에너지는 뭔지, 전기료 지역별 차등제를 왜 도입했는지 등을 알아보자.


◇ 분산에너지가 뭔가

분산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SMR), 연료전지 발전사업, 수소 발전사업,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말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추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동을 걸었다. 문 정부는 탈원전, 탄소중립에 진심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 계획을 세웠고, 의원 입법을 통해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대형 원전, 화력발전소 등에 의존하는 중앙집중식 전기 공급 방식을 재생에너지 공급 등을 활용한 지역분산형으로 바꾸는 게 목표였다.

2021년 7월 당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 의원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때만 해도 전기료 차등제가 빠졌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22년 11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지역별 전기료 차등제 내용이 들어갔다.

여야 두 의원이 낸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내 조율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 차등제 왜 도입했나


특별법 45조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한 배경으로 두 가지를 든다. 먼저 분산에너지 활성화다. 국내 원전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가정과 기업에 공급하려면 송전탑과 배전망 설치가 필수다. 송전·배전에 드는 비용을 수요자에게 부과하자는 게 지역별 차등제의 취지다. 송전탑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지역민들의 반발은 또다른 변수다.

비싼 전기료가 싫다고? 그럼 수도권에서 직접 생산한 전기를 쓰는 게 대안이다. 원전을 둘 수는 없을 테니 분산에너지를 활용하면 된다. 이처럼 전기료에 차등을 두면 분산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활력을 띠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다른 배경은 국토 균형발전이다. 박수영 의원은 유튜브에서 "차등 요금제가 시행되면 (원전을 가진) 부산의 전기요금이 싸지기 때문에 전기 다소비 업종이 (싼 전기료를 찾아) 부산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 의원은 부산 남구갑이 지역구다. 기업이 몰리면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은 발전량이 약 4만6600GWh(기가와트시)에 달하지만 소비량은 2만1500GWh에 불과하다. 반면 원전이 없는 서울은 발전량이 겨우 4340GWh뿐이지만 소비량은 발전량의 10배가 넘는다.

원전을 둔 부산, 울산, 전남, 경북 지역은 요금 차등제를 일제히 반겼다. 지역민에 전기료 감면 혜택을 줄 수 있어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환경오염과 안전사고 위험성을 감수해 온 시민들께 직접적인 혜택을 돌려 드리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말했다.

2023052901001501700073383

▲서울시 화장시설 이용요금 안내.(서울시설공단 웹사이트 캡처)


◇ 기피시설은 차등이 맞지만


주민 기피 시설이 들어설 때 요금 차등은 자연스럽다. 서울시는 경기도 고양과 파주, 서울 서초구에 시립승화원과 추모공원을 두고 있다. 화장시설 이용요금표를 보면 서울·고양·파주 시민은 성인의 경우 12만원이지만 타지역민은 100만원을 받는다. 봉안관리비도 5년 기준 지역민은 10만원, 타지역민은 18만원으로 차이가 크다.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다. 지역민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타지역민에 차등 요금을 적용하는 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여지껏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다 갑자기 바꾸면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전기 에너지는 개별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점에서 차등 요금제를 적용할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는 곧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한편 연내 분산에너지 활성화 종합대책도 수립할 계획이다. 오랜 세월 원전 등 발전소 밀집 지역 주민들은 묵묵히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이들 주민을 우대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을 묘안을 찾기 바란다.

<경제칼럼니스트>

2023052901001501700073381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