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주춤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역대급 기세를 이어가던 현대자동차 그룹의 질주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트럼프의 자국산업보호 정책, 중국의 저가 공세, 더 심해질 불경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현지 상황에 최적화된 '전략 모델' 생산을 늘려 새로운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2일 4m이하 콤팩트 SUV '시로스(Syros)'를 인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수요하락이 예상되는 북미 시장의 리스크를 신흥시작 판매 확대로 보완할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불황을 맞이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잘 버티고 있지만 폭스바겐그룹 등 앞서가던 기업들이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판매량 2위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독일 현지 인력은 30% 줄이기로 결정했다. 불경기로 판매량이 예전만치 못한데다 더욱 거세지는 중국의 저가공세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간 독일 공장 3곳 폐쇄, 직원 임금 10% 삭감 등 여러 비용감축안이 나왔는데, 결국 공장은 지키고 인력을 감축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잘나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이지만 폭스바겐의 몰락을 남 일처럼 지켜볼 수는 없다. 불경기, 중국 공세는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현대차에도 주어진 리스크인데다 내년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전기차, 수입 정책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폭스바겐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북미 수출 호조를 통해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올해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154만8333대를 팔았다. 이 기세라면 지난해 165만2821대를 넘어 최다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진이 좋은 친환경차, SUV 판매에 집중해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렸다.
2년 간 이런 흐름을 이어왔지만 내년은 절대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 관세 10%,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통한 전기차 보조금 중단 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의 판매량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현대차는 신흥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트럼프 정책과 무관하지만 자동차 수요가 많은 인도, 동남아로 진출해 수요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현대차는 현지 문화, 도로 상황에 맞는 '전략 모델' 출시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늘려가고 있다.
기아는 지난 22일 콤팩트 SUV '시로스'를 인도서 최초 공개했다. 다양한 첨단 사양과 스마트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비롯해 대담한 디자인, 편안한 실내 공간 등을 갖춘 도심형 SUV다.
작은 차체에 풍부한 편의사양을 담은 것이 특징으로 내년 인도 판매를 시작으로 아태, 중남미, 아중동 지역으로 판매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차-기아는 신흥시장 맞춤형 전략 모델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에 다양한 모델을 공급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인도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게 소형차를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는 시로스 이전에 i10, 크레타, 쏘넷 등을 출시했다. i10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현지 전략 모델이다.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 생산되며, 인도 시장에서 크레타, 베뉴에 이은 3번째 인기 모델이다.
크레타는 2022년 기준 현대차 인도 공장 생산량의 23.7%를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쏘넷은 동남아까지 진출해 현지서 그랩 택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동남아 시장엔 소형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를 2022년부터 공급했다. 대가족 비율이 높은 동남아의 특징을 반영해 7인승으로 제작한 모델로 출시 4개월 만에 인도네시아서 1만3062대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현지 전략 모델을 적극적을 개발 중"이라며 “자동차 구입에는 지형, 기후, 도로망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과 가족 구성원, 이동 형태, 구매력, 도로 상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