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을 방문해 주기기 제작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종환 기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원전수출의 걸림돌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10기’ 목표 중 폴란드 건이 그나마 가시적이지만 최종 수주를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해소돼야 하는 상황이다.
합의가 안돼 결국 소송으로 가면 판결까지 최소 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원전 수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중론이다.
한수원은 체코에 한국형 원전 ‘APR1000’의 수출을 타진 중인데, 웨스팅하우스가 APR1400의 원천 기술은 자신들의 기술이라며 미국 정부에 수출 통제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원전 업계에서도 APR1400을 둘러싼 두 회사 간의 법률 다툼은 사실상 양국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한미 원전 기업 간 법률적 다툼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소송 합의, 취하는 물론 미국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도 원론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외에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없는 만큼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정부가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단독이든 공동이든 일단 수주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때는 원전 4기 건설 비용 20조원 중에서 우리가 19조원, 미국이 1조원 정도 받았다. 당시에는 협상이 잘 이뤄졌다. 이번에도 그런 협상을 빨리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말 폴란드 민간발전사인 제팍(ZE PAK) 및 폴란드국영전력공사(PGE)와 협력의향서(LOI)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는 정부부처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폴란드 퐁트누프 부지에 한국형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제팍과 폴란드 민간주도 신규원전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공사금액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까지의 건설 실적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 다른 나라들은 정확한 예산에, 약속한 시기에 준공을 한 곳이 하나도 없다"며 "우리는 얼마에 한다고 하면 딱 그 금액으로 맞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신한울 1호기 같은 경우에 당초 약속한 딱 5조원에 완공했다. 그런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3월 기자와 만나 "폴란드 외에도 ‘원전 수출 10기’ 목표 달성을 위해 네덜란드, 핀란드, 벨기에, 카자흐스탄, 베트남,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과도 원전 수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유럽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한국형 원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 위기가 한국 원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서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한국 원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웨스팅하우스 문제 해결이 안될 경우 국내 신규 추가 원전 건설 추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연말 착수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2∼4개 호기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처럼 부지확보 전에 전원 계획부터 수립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탈원전 정책 이전에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천지1·2호기와 대진1·2호기가 포함됐었다. 또한 지난 정부 당시 수립됐던 제8차와 제9차 계획에는 재생에너지와 LNG발전소에 대해 사업자의 건설계획이 없었던 시기에, ‘신재생 250MW’, ‘신규LNG1·2호기’와 같이 계획을 잡아놓은 바 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