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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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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만성질환 치료 복합제 '틈새 노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9 18:27

혁신신약보다 개발비 적고 복제약보다 수익성 높아
당뇨·비만·고혈압·고지혈증 분야 제품개발·출시 활발
개량신약 우대 혜택도…환자·건보재정 부담경감 기대

아스트라제네카 SK케미칼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SK에코허브에서 열린 당뇨병 복합제 공동개발 협약 축하식에서 안재현 SK케미칼 대표(왼쪽 두번째부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레옹 왕 아스트라제네카 수석부회장,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맨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디스커버리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제약사들이 혁신신약과 복제약(제네릭) 사이의 틈새제품에 해당하는 ‘복합제’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혁신신약보다는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의 부담이 적지만 복제약보다는 수익성이 좋고, 환자의 투약 편의성과 건강보험 재정지출 경감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당뇨병 복합제 ‘엔블로멧’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엔블로멧은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갖는 약물인 ‘이나보글리플로진’과 ‘메트포르민염산염’을 조합한 2제 복합제로, 국내 최초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다. 이 복합제는 지난달 출시된 대웅제약의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에 과체중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감소에 쓰이는 메트포르민염산염을 복합한 약품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두 약제 병용투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는 엔블로멧 한 알만 복용하면 되므로 복용 편의성이 높아졌다"며 "당뇨병은 여러 약제의 병용투여가 많은 질환인 만큼 복합제 라인업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도 지난 16일 충북 청주 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당뇨병 복합제의 첫 상업생산에 들어갔고,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첫 상업생산 축하 기념식을 치렀다.

SK케미칼의 당뇨병 복합제 역시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갖는 두 약물을 복합한 것으로, 지난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와 당뇨병 복합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한 이후 이 협약에 따라 생산된 첫 제품이다. SK케미칼은 앞으로 당뇨병 복합제의 생산·공급을 맡고, 아스트라제네카는 국내외 판매를 담당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3제 복합제 ‘칸타벨에이’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달 당뇨병 3제 복합제 ‘듀비메트에스’의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아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 한미약품이 지난 2021년 세계 최초의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로 출시한 ‘아모잘탄’을 비롯해 같은 해 JW중외제약이 선보인 이상지질혈증 2제 복합제 ‘리바로젯’, GC녹십자가 지난해 시판한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 ‘로제텔핀’, 일동제약이 최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 시작한 고지혈증 복합제 ‘드롭탑’ 등도 높은 수익성으로 매출과 수익 증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복합제들이다.

복합제 개발은 당뇨·비만·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중 50% 이상이 고지혈증을 동반하고, 6% 이상이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다.

복합제는 이미 개발된 약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규 후보물질부터 발굴하는 ‘혁신신약’ 개발에 비해 개발 비용과 시간 투자 부담이 적다. 반면에 국내의 독특한 제도인 식약처의 ‘개량신약’ 승인제도 덕분에 제약사는 복합제 등 제제 개선을 통해 ‘개량신약’으로 승인받으면 단순 복제약보다 약가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복제약은 매일 여러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의 복약 부담과 의사의 처방 부담을 덜어줄뿐 아니라 처방 건수를 줄여주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지출 부담도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갖는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과 R&D 투자액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와 비교하면 신악개발 투자와 파이프라인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며 "복합제 개발은 R&D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수익성과 환자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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