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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주

kjuit@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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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도 아까운 MZ 시청자’...OTT 플랫폼의 ‘가성비 시청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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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로고.언스플래쉬



1·1.25·1.5·2.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화면에 작게 놓인 이 숫자를 터치하면 영상 재생 속도가 빨라진다. 또 10초씩 화면을 건너뛸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속도에 맞춰 콘텐츠 감상이 가능해지면서 시청의 주도권이 방송사나 제작자가 아닌 시청자에게 있는 시대가 됐다.

이른바 ‘가성비 시청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 등장과 폭발적으로 증가한 콘텐츠 환경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시간 대비 최고·최대의 재미를 누리기를 원한다. 특히 젊은층에서는 가성비를 중시해 1시간 동안 온전히 한 편을 보는 것보다 10∼20분으로 요약된 콘텐츠를 주로 선택한다.

유튜브에는 콘텐츠를 짧게 요약한 ‘리뷰 영상’이 많다. 드라마 1∼2회분을 핵심만 편집한 영상으로 조회수가 무려 300만에 달한다. 실제로 올 3월 ‘더 글로리’ 시즌 2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더글로리 전편 몰아보기’ 등의 제목이 공개됐다. 1회 당 러닝 타임 평균 50분인 8부작 드라마를 20∼30분으로 줄인 형태다.

이용자의 수요가 많다 보니 아예 방송사에 저작권을 허락 받아 요약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도 있다. 이들 가운데 지무비와 고몽이 유명하며 각각 297만 명, 22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추세에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용자의 요구를 따라가고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는 본래 배속 기능이 없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이 변화하면서 넷플릭스는 2020년 8월, 왓챠는 2021년 7월에 이용자가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현재는 디즈니플러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행 중이다.

또 숏폼·미드폼 콘텐츠들을 자체적으로 적극 제작하고 있다. 웨이브는 글로벌 제작사 블랙필즈가 10분 내외 러닝타임으로 제작한 숏폼 시리즈 70여 편을 지난달에 공개했다. 또 배우 이나영이 출연한 옴니버스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는 러닝타임 25분, 8부작으로 선보였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진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일본 편은 총 6부작에 각각 40분 미만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창작자가 기획의도에 맞춰 이야기 진행 속도까지 조절해 제작한 작품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 과정이 무분별해진다는 점에서 지적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권금주 기자 kjuit@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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