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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진격 K-유통] 한국형 마트, 한류와 시너지 '칭기즈칸 나라' 사로잡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2 17:36

(상) 대형마트 매장·상품 잇단 진출
이마트, 현대화 점포 인기로 4호점 출점 확대
홈플러스·롯데마트, 가성비 PB상품 수출 주력
한국과 유사한 문화·정치 이해관계 작용 호감

몽골 이마트 4호점3

▲최근 개장한 몽골 이마트 4호점이 현지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기업들이 최근 ‘K-콘텐츠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 몽골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한 발 앞서 몽골 공략에 나섰던 편의점업체들은 이미 현지 점포 수만 500개를 넘어섰고, 대형마트업체 역시 점포 출점과 상품 수출 형태로 몽골 상륙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사실상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해외시장 진출 성공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기업의 몽골시장 진입은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칭기즈칸 제국의 자부심이 강한 몽골 시장에서 한류 인기를 업고 활약 중인 ‘K-유통’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 서예온 기자] 이마트가 이달 7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몽골 이마트 4호점 ‘바이얀골(Bayangol)점’의 문을 열었다. 몽골 이마트가 지난 2016년 1호점을 연데 이어 2017년 2호점, 2019년 3호점까지 늘렸고, 이번에 4년 만에 신규 출점을 성사시킨 것이다.

몽골 이마트 4개 매장 모두 수도 울란바토르에 자리잡고 있다. 울란바토르는 ‘몽탄(몽골+동탄) 신도시’라고 불릴 만큼 한국문화에 우호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몽골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60만 명 이상이 거주할 정도로 국내 편의점의 출점 환경도 좋다.

이마트는 이번 4호점 개장 이후에도 신규 매장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울란바토르 상권을 주도하는 유통업체가 되겠다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역 발전 상황에 따라 수도 이외 지역으로도 출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마트 ‘점포 진출’, 롯데마트·홈플러스 ‘상품 수출’ 대비

이마트가 몽골에서 ‘점포 진출’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달리 경쟁업체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상품 수출’로 공략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자체 브랜드(PB) 상품 ‘홈플러스시그니처’를 몽골기업 서클(CIRCLE)그룹이 운영하는 할인점 ‘오르길’·‘토우텐’ 브랜드의 14개 매장에 입점시켰다.

취급 품목도 ‘홈플러스시그니처’의 가공식품을 포함한 조미료·건면·대용식·스낵·음료·생수 등 먹거리와 화장지·물티슈 등 생필품 등 국내 초대형 식품 전문매장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등에서 인기 높은 상품군에 현지 수요가 높은 품목을 합쳐 총 200여 종을 엄선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PB제품 수출 성사에는 몽골 서클그룹의 수입 열정이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클그룹 관계자들이 홈플러스에 2차례나 직접 방문할 정도로 계약 체결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앞서 롯데마트도 지난 2018년 몽골 유통그룹 ‘노민 홀딩스’와 PB 상품 공급 및 판매 업무협약을 맺은 뒤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자체브랜드 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국 대형마트의 진출은 몽골인의 한국제품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시그니처의 경우, 지난 4~10일 기간에 커피·캔디·콜라 등 제과·음료 품목과 물티슈 등 제지류가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홈플러스는 전했다.

이마트도 몽골 진출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몽골 점포의 연간 평균 매출 신장률이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대형마트의 몽골 인기 요인은 한국 상품의 차별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높은 품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이 몽골 진출을 위한 특화 상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몽골인 호응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마트 몽골 1~3호점은 올해 1~7월 노브랜드 판매액이 전년 동기보다 58% 늘었다. 잘 팔리는 노브랜드 제품은 감자칩, 버터쿠키, 쌀과자 등이다.

또한, 몽골의 제조 인프라가 부족한 시장의 특성상 수입상품에 의존도가 높고, 고품질에 합리적 가격으로 제시하는 PB제품의 ‘가성비’ 경쟁력이 통할 수 있다는 점도 한국 대형마트가 선호받는 배경으로 꼽힌다.



홈플러스 몽골

▲몽골 현지 소비자가 서클 그룹이 운영하는 오르길 매장에서 홈플러스 PB 상품을 쇼핑하고 있다.

◇ 몽골과 ‘유전·정치관계 연관성’도 한국 선호에 한몫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기업들이 몽골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유전적 요인’과 ‘정치적 이해 관계’를 지목한다.

먼저, 한국인과 몽골인이 유전자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김종일 한림의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과 몽골 소수민족의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을 분석하고 이미 공개된 전세계 86개 타민족 DNA를 비교한 결과, 한국인과 몽골인 두 그룹이 유전적으로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의 DNA 서열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과 몽골인이 이들과는 상당한 유전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들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와의 교류에 더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돈을 벌거나 또는 학업 목적으로 한국으로 찾는 몽골인들이 늘고 있거나, 한국문화에 친숙함을 느낀 몽골인들이 한국기업에 높은 호감을 나타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몽골은 인구가 350만밖에 안되지만 한국인과 DNA 유사성이 높고 (국내 기업들의 진출로) 리테일 상에서 유사점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기업들이 몽골 진출을 토대로 인접국가인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로 해외진출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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