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9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김철훈

kch0054@ekn.kr

김철훈기자 기사모음




‘수익 악화’ 광동제약, 제약 아닌 음료로 위기돌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31 18:03

美 '선키스트'와 라이선스 계약...국내 독점 판권 확보



매출 성장에도 영업이익 지속 하락...상품 비중 큰 탓



'제2의 비타500' 기대...R&D 저조해 수익개선 미지수

광동제약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 사진=광동제약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최근 수년간 수익성 악화를 겪어온 광동제약이 본업인 제약보다 부업인 식음료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식음료보다 고수익인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저조해 식음료 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1일 광동제약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최근 미국 과수농업 협동조합 ‘썬키스트 그로워스’와 한국 사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광동제약은 내년 1월부터 국내 ‘썬키스트’ 브랜드 제품의 개발, 생산, 유통, 판매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됐다.

썬키스트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글로벌 과일·음료 브랜드인 만큼, 광동제약은 국내 판권 독점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썬키스트가 매출 효자 노릇을 하는 ‘제2의 비타500’, ‘제2의 제주삼다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광동제약은 창립 초기부터 경옥고, 우황청심원, 쌍화탕 등 전문의약품보다는 천연물을 활용한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2001년 출시한 비타500, 2006년 출시한 옥수수수염차, 2012년 유통을 시작한 제주삼다수를 중심으로 식음료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2013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창업주 2세’ 최성원 부회장은 ‘제약’보다 ‘식음료’에 주력하는 전략을 더욱 분명히 했다.

덕분에 2016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이후 지금까지 매년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해 매출 1조 4300억원을 기록,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과 함께 국내 전통 제약사 매출 1조 클럽을 이루고 있다.

광동제약

▲광동제약 ‘비타500 제로’ 르세라핌 팝아트 한정판 제품 이미지. 사진=광동제약


그러나 영업이익을 보면, 최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2013년 444억원 이후 2015년 509억원을 정점으로 줄곧 300억~400억원대에 머물며 500억원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0년 466억원, 2021년 449억원, 지난해 382억원으로 최근 3년 동안에는 계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7%로, 유한양행 2.0%보다 높지만 녹십자 4.8%, 종근당 7.4%, 대웅제약 7.5%, 한미약품 11.9%에 못 미쳤다.

이는 수익률이 높은 신약보다 경쟁이 치열해 마케팅비용 등 지출이 큰 음료 제품의 비중이 크고, 삼다수 등 자체 제품이 아닌 타사 상품의 비중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광동제약은 식음료 매출 비중이 60%에 육박하고(삼다수 34.8%, 비타500 13.5%, 옥수수수염차 5.6%, 헛개차 5.2%),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6%에 그쳤다. 의약품 매출 비중이 60∼80%를 차지하고 R&D 투자 비중이 10% 안팎인 경쟁 제약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에 광동제약은 영업이익 277억원을 기록해 8년만에 영업이익 500억원대 재진입이 기대되지만, 이는 의약품보다 비타500 매출 증가와 가격 인상, 판매관리비 감소 등에 힘입은 결과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는 최 부회장이 CEO에 오른 이후 지난 10년간 음료사업 마케팅을 강화해 온 반면 이렇다 할 신약 개발 성과는 없는 만큼, 앞으로도 비 제약 사업 확대로 수익을 늘리는 고육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다른 일부 업계는 광동제약이 최근 비만 치료제 ‘KD101’ 임상 2상을 완료하는 등 신약 개발에도 진척을 보이고 있어 썬키스트 등 식음료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제약사로서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h005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