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5G(5세대) 단말 고객도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통신비 완화 정책이 줄줄이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5G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데, 이번 정책은 5G 가입자 증가 속도를 더 늦출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결국 통신보다는 비(非)통신 영역에서 활로를 찾아야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23일 SK텔레콤(SKT)이 5G나 LTE 등 단말 종류에 관계없이 다양한 요금제 이용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개편했다. 기존에는 5G 스마트폰으로 LTE 요금제를 쓰려면 몇 단계 절차에 따라 유심 기기변경을 하거나, 통신사향(向)이 아닌 자급제 5G 단말을 구매해야 했다. 개편 이후엔 5G?LTE 단말 종류에 관계없이 5G?LTE 요금제 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LTE 요금제를 선호하는 고객이 5G 단말로 기기 변경을 하더라도 별도 절차 없이 기존 LTE 요금제를 그대로 쓸 수 있다.
SKT의 이번 조치는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KT는 올해 안에 ‘교차 요금제’를 도입한다는 입장으로, LG유플러스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교차 요금제’ 도입이 5G 가입자 증가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5G 가입자 수 증가 속도가 둔화돼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 있던 5G 가입자마저 LTE로 빠져나갈 길이 열리면서 사실상 통신사 실적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전체 5G 가입자 수는 3179만5052명으로, 전월 대비 0.91% 증가했다. 월별 5G 가입자 증가율이 1%를 밑돈 건 5G 상용화 이후 처음이다.
다만 통신업계는 애써 침착한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당 평균 매출(ARPU)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급하게 이루어지진 않을 것 같다"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꼼꼼히 따져보면 청년요금제 등은 5G 요금제가 더 가격적으로 유리하다"며 "5G를 쓰던 소비자들이 막상 LTE를 체감하면 못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에 발맞춰 내년 1분기에는 3만원 대 5G 요금제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1분기가 ‘진짜 고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사들은 본업에서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비통신 영역에 힘을 주고 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이 주력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신규 사업에서 실적을 만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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