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두 법안이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들 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갔다. 재의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쟁의행위 범위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방송 3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묶어 통칭하는 말이다.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등 외부로 확대한 게 골자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한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문제점들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방송 3법에 대해서는 "정부는 방송을 정치권력으로 분리하고 공정성·공공성을 확립해 공영방송의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공영방송의 전면적 체질 개편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정부는 여러 차례 개정안의 부작용·문제점을 설명했으나 충분한 논의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5월 16일에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추진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에 대해 "헌정질서 훼손"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당 의원 100여명은 이날 오후 본회의 전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방송장악을 위해서, 정권의 무능함과 독주를 감추기 위해서 국회가 의결한 법을 이렇게 함부로 내팽개쳐서야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금은 (대통령에게) 힘이 있어서 침묵할 수 있지만 역사와 국민은 결코 이 사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헌정질서를 훼손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대결과 독선으로 갈 것인지, 대화와 협치를 할 것인지 윤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말했지만 윤 대통령은 오늘부로 국회와 민주당에 대결과 독선을 선포한 것"이라며 "어느 카드든 나는 맞출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아울러 본회의에 올라갈 법안이 계류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 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장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을 교체하지 않으면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더 이상의 협치와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오늘부터 민주당은 윤 정부와 강렬한 투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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