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들이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나서면서 매출 올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며진 H빌리지 모습.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국내 백화점들이 지난달부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말 특수 잡기에 나서면서 매출이 상승세에 접어들었지만 백화점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주가 흐름은 여전히 부진하다. 고물가 등 경기 침체와 온라인 구매 증가에 따른 업황 부진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백화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8% 오른 5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으나 지난 9월 말 장중 7만8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7%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신세계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64% 오른 17만3100원에 장을 마쳤지만 지난 9월 말 20만원선이 무너진 이후 16만~17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롯데쇼핑은 보합인 7만6900원에 마감했다.
이들 주가가 하락한 데는 소비심리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가 크게 작용했다. 온라인 중심으로 구매 수요가 옮겨간 데다 물가 상승에 따라 고정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신세계의 3분기 영업이익은 1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19.8% 감소한 740억원을, 롯데쇼핑은 5% 떨어진 1420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부문만 떼서 봐도 신세계백화점 928억원(15% 감소), 현대백화점 790억원(17% 감소), 롯데백화점 740억원(32% 감소)으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백화점들은 지난달 초부터 일찌감치 연말 특수 마케팅에 돌입했다. 백화점 외관을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미고 백화점 내부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마켓을 조성하는 등 크리스마스 마케팅으로 방문객을 늘려 매출 상승 효과도 얻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 파사드. 연합뉴스 |
이에 지난달 백화점 매출이 20% 가량 늘어나는 등 성과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쓱데이의 영향으로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세일 기간 동안 매출이 23.1%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강추위에 아웃도어 매출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2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이 기간 매출이 22.6% 늘었다.
특히 지난 2021년 오픈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올해 누적 매출(1월 1일~12월 2일 기준)이 1조41억원을 달성하면서 오픈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현대백화점 목표주가는 KB증권이 기존 대비 6% 하향한 7만5000원을 제시했으며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기존 9만7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낮췄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경쟁사들과 마찬자기로 고정비 급증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고 4분기 들어 면세 사업에 대한 투자 심리마저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황"이라며 "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야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신세계 목표주가를 기존 27만원에서 2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내년 실적 개선 가능성은 높게 점쳤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7.2%, 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올해 내내 판관비 상승을 일으킨 수도광열비와 인건비 부담은 이미 모두 반영되는 등 확실한 장애물은 치워졌기 때문에 내년 실적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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