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 KB증권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본인이 겸임하고 있던 지주 총괄부문장과 한국거래소 사외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하면서 이달 말까지인 KB증권 대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라임펀드 사태 책임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여파다. 이에 따라 현재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돼온 KB증권 대표 체제에도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朴, 직무정지 처분 다음날 겸임 직책서 자진 사임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 사장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사외이사직에서 자진 사임했다. 같은 날 박 사장은 KB금융지주의 총괄부문장과 자본시장부문장 직책에서도 자진 사임했다.
박 사장은 업계 대표로서 지난 3월29일 거래소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8개월여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박 사장의 사임에 한국거래소 업계대표 사외이사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예정이다.
박 사장이 사임을 결정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금융당국은 박 사장에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기존의 ‘문책경고’보다 높은 수준의 처분으로 직무정지를 받게 되면 향후 4년간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박 사장의 KB증권 대표 임기가 이달 말까지인 상황에서 연임은 불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겸임 직책들에서 자진 사임하면서 소송보다는 사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직무대행 중인 김성현 사장의 연임·교체 여부도 관심
박 사장의 퇴진에 무게가 실리면서 KB증권이 기존대로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부터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박 사장은 증권 WM 부문을, 김 사장은 IB 부문을 중심으로 맡아왔다. 현재는 박 사장의 직무정지 제재로 김성현 사장이 박 사장의 업무를 직무대행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독 체제로의 변화 가능성보다는 기존 체제 유지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 대표가 2019년부터 대표직을 이어온 만큼 연임할 가능성만큼이나 새 인물의 선임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중징계 조치만 없었다면 두 대표 모두 실적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연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징계 제재와 함께 KB금융지주가 양종희 회장 체제로 바뀐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양종희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변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양 회장은 취임식에서 "그룹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영업을 담당하는 현장 직원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KB금융지주는 이달 중순 KB증권을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