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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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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해외용 따로, 국내용 따로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1 07:00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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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 중이다. 이번 COP28에서는 198개 당사국 정부 및 지자체 대표단과 전문가 등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파리 기후협약 이후 첫 이행점검을 수행했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열어 탄소중립 달성 촉진방안을 내놨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재조정을 통한 감축 경로 재조정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명시적으로 대외에 공표된 감축경로라는 게 있었던가? 2030년 목표에 맞춰 배출권 거래제의 허용총량을 맞추고 있음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3년 단위의 감축 추세와 관련된 대략적인 그림만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해외에서 감축하는 온실가스의 처리 방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국내 계획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목표치가 왔다 갔다 움직이니 2025년 이후부터 2030년까지의 경로도 미정일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지난 11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과 관련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증 체계나 감축 방안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내놔 산업계와 감축산업 현장에서 큰 혼란에 빠졌다. 기존 계획의 신뢰성과 향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이었고, 이제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공식적으로 주요 당국자나 관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핵심 주도층이라는 점에서 가벼운 사적 견해로 보기가 힘들어 보인다.

어떤 방향이 옳은 것인지를 판단하기에 앞서서, 그래도 대한민국의 선택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추후에 또 코리아는 ‘거짓말’만 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파리협정 당시 감축경로를 제시하지 않고 목표만 제시해 이미 국제협상 자리에서 여러 유럽 국가들로부터 비난을 들었던 우리나라다. 해외 크레딧을 일시적으로 구입해 매꿔서 2030년 감축 목표만 어떻게든 맞추겠다는 말은,2031년에는 다시 원상복구될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장기 목표를 믿고 관련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자들의 금전적 손실은 어찌할 것인가.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은 사업에 있어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한 신뢰관계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이다. 사상 최저치를 바라보는 배출권 가격이 이를 방증한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에선 체면치레 든 뭐든 야심차게 스스로 공언했던 약속들을, 국내에서는 책임을 부인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온실가스 감축관련 전세계 시민단체들은 한국의 진정성에 대해 맹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인사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못하겠으면 비난을 좀 받더라도 중국처럼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하겠다는 그룹에 들어가든가, 그것도 아니면 ‘2070 그룹’을 하나 만들든가 능력에 맞게 솔직하게 가야할 거 같은데 말이다.

파리협약에서의 ‘후퇴금지 원칙’ 때문에 국제사회에선 또 그럴 순 없고, 그러니 계속 국내용과 해외용 입장이 따로 노는 것이다. 올해 GOP28에도 여지없이 정당 및 정부 관계자, 기업, 공공기관, 연구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줄줄이 참석했다. 직접 기후변화 관련 협상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인원이 참석했다. 최소한 한국인 참석자들만이라도 어떤 방향이든 공감대를 형성하고 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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