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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與 대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모든 기득권 내려놓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1 16:12
최고위 참석하는 김기현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당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 요구에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응답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의 총선기획단이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혁신안 그 이상의 변화를 도입하기 위해 진행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김병민 최고위원이 최고위에서부터 혁신안의 내용을 많이 담아 공관위에 넘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기했다"며 "이에 대해 김기현 대표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수용되도록 조치 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당 지도부가 외면했던 혁신위의 ‘주류 희생’ 혁신안 일부를 따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은 지도부·중진·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의 총선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지도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겪었고 당초 오는 24일까지 예정됐던 활동 기간도 조기 종료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당 대표를 유지하면서도 총선 불출마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현재의 당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혁신위의 혁신안을 포함한 내년 22대 총선 관련 공천 기준 마련을 공천관리위원회의 몫으로 넘기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비롯해 열정적으로 일해 준 혁신위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 까다로운 의제들이 있지만 방향성과 본질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헌·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예정인 공관위원회를 포함해 당의 여러 공식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적극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에 ‘주류 희생’ 혁신안 등 그동안 의결했던 1∼6호 안건을 종합 보고한 뒤 활동을 종료했다.

앞서 혁신위는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취소를 시작으로 국회의원 특권 배제, 청년 비례대표 50% 할당, 전략공천 원천 배제,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의 혁신안을 마련했다.

박성중 혁신위원은 "모든 건 국민의힘을 사랑하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최고위에 많이 반영하기를 요청했다"며 "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은 국회로 협조 요청을 해주고 당에서 공관위 등으로 처리할 사안은 거기서 처리하도록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기현 대표를 둘러싼 책임론이 최근 연일 불거졌다. 지난 10일을 시작으로 혁신위 활동 조기 종료와 함께 최근 당 자체 분석 보고인 서울 지역에서 6곳에서만 우세를 점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김기현 대표의 책임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임론에는 대체로 당 비주류 측이 앞장서고 있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방송에서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며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진다"고 비판했다.

5선의 서병수 의원과 재선의 이용호 의원 등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상황이다.

반면 국민의힘 친윤계 초선 의원 10여명은 김기현 대표 사퇴를 요구해온 일부 비주류 인사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강민국·박성민·이용·최춘식·전봉민·윤두현·양금희·태영호·정동만·강대식·김영식·안병길·박대수 의원 등이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 출범을 연일 주장한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을 향해 ‘내부 총질’, ‘자살 특공대’, ‘퇴출 대상자’, ‘엑스맨’ 등 표현을 써가며 힐난했다. 또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총선 정국에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할 것을 주문했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하태경 의원에 대해 "최근에는 헌신하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주장(?)했다가 동료 의원이 버젓이 있는 정치 1번지 출마를 공식 발표해 모두를 기함하게 했는데 이조차 소위 ‘다른 지역 네고’를 위한 기똥찬 꼼수라는 뒷말이 무수하다"고 직격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김기현 대표 체제의 유지를 놓고 주류측과 비주류 측이 상호 힘 겨루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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