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대표가 하 의원 출판기념회에 함께한 모습.연합뉴스 |
이 전 대표는 14일 MBC라디오에 출연, 자신의 궐위 뒤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의원에 대해 "(대통령에게) 바른말 하다가 이미 윤핵관이 아니다"라며 "(다른) 윤핵관들이 이상한, 잡다한 영예를 누릴 때 누린 게 없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이 ‘막후 실세’로 당과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한 반면, 권 의원은 그렇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를 줄인 ‘윤핵관’은 이 전 대표가 장제원 의원과 권 의원 등을 겨냥해 만든 표현이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권 의원과 달리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과 장 의원의 전폭 지원을 받은 김기현 전 대표에도 적극적인 ‘우호 제스처’를 취했다.
전날 이 전 대표는 김 전 대표 대표직 사퇴 직전 비공개 회동 사실을 밝히고, "김 대표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김 대표 바꾸라고 한 적 없고,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만 하는 상황"이라고 두둔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권 의원 직무대행 체제 이후 첫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주 의원 등에도 최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지난 7일 ‘좋아하는 국민의힘 인사 3명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주호영·김도읍 의원을 꼽고 "굳이 세 번째를 뽑자면, 1년 전으로 돌아가면 김기현 대표쯤 됐을지도 모르겠다"며 "3년 전으로 돌아갔으면 원희룡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주 의원 등 영남 의원들에 ‘불출마 혹은 수도권 출마’ 등을 요구했을 때 역시 "영남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시나리오는 선거에 있어 말 그대로 양념 같은 수준의 이야기"라며 "주호영, 김기현 두 이름을 찍어서 이야기 했지만 사실 이 둘은 막말러도 아니고 영남 의원들 중에서 인품이 상대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런 반응은 이 전 대표가 직을 상실하는 과정이었던 지난 2022년 8월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모습이다.
당시 이 대표는 윤핵관 등 비대위 전환을 추진했던 핵심 인사들을 겨냥,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친윤 수도권 험지 출마’를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이 전 대표에게 언급된 권성동·김기현·주호영·김도읍 의원 등은 모두 경상·강원권 중진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친윤 진영 차기 구심점으로도 꼽힌다.
특히 이런 이 전 대표 행보는 ‘이준석 신당’이 총선 전후 국민의힘과 연대·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최재성 청와대 전 정무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는) 신당을 하기 싫은데 변화가 없으면 하겠다는 얘기다. 그것은 국민의힘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나름 큰 꿈이 있기 때문에 보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힘을 떠나 다른 것을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 본인 역시 지난 11일 MBC 라디오에서 "우리나라 같이 지역구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결국 경쟁을 통해 양당 체제가 새롭게 확립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옛날에 바른정당 할 때보다는 조금 더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져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제3정당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추후 국민의힘과의 ‘흡수 합당’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최측근 그룹 ‘천아용인’ 중 1인인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역시 총선 과정 이준석 신당이 국민의힘과 선거 연대 내지는 단일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과거 친박연대 사례처럼 총선 뒤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 등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결국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될 공산이 큰 만큼, 지나친 적대 입장 보다는 ‘우호 지분’의 확장이 더 유리한 선택지인 셈이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3년 뒤 정치를 그만하실 분이다. 그분을 경쟁상대로 삼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도 "당에 개혁적 방향으로 메시지를 보태주면 동지가 되는 날도 올 수 있다"고 문을 열어 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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