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공동취재/연합뉴스 |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내 ‘스타’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원희룡 자객공천’ 카드까지 거론된 가운데, ‘불출마=헌신’ 공식에 대한 의구심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2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선민후사(先民後私)를 실천하겠다"며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직 동료 시민, 이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승리를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겠지만, 내가 그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며 "여기 계신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소수 여당으로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현실도 언급하면서 거듭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 어려운 현실은 우리 모두 공포를 느낄 만하다. 그러니 우리가 용기 내기로 결심해야 한다. 나는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나 지역구 출마를 ‘헌신’과 ‘과실’ 등으로 표현, 험지 출마 보다는 불출마가 ‘용기’에 가깝다는 프레임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구성원들을 향해서도 "이제 무기력 속에 안주하지 말자. 계산하고 몸 사리지 말자. 국민들께서 합리적인 비판을 하시면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반응하고 바꾸자. 이제 정말 달라질 거라 약속드리고, 바로바로 보여드리자"고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한 장관 불출마 선언은 그간 총선을 지휘했던 여러 ‘보수 사령탑’ 사례를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대 총선과 19대 총선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17대 대구 달성군, 19대 비례대표 출마를 택했다. 18대 총선에서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불출마했고, 20대 총선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부산 영도구를 지켰다.
전국 곳곳을 지원해야 하는 대표급 직위 특성상 자신의 지역구 유세에 발이 묶이지 않도록 비례대표나 텃밭 출마를 주로 선택한 것이다.
반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험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에 나섰으나, 본인이 큰 격차로 패배했을 뿐 아니라 당까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 역시 자신의 선거에만 전념키 어려운 비대위원직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서울 종로구로 나선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저는 비대위원보다도 수도권 선거를 필승으로 이끄는 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며 "출마하는 우리 전략적 자산들, 인적 자산들과 함께 계속 논의하고 있고 스크럼 짜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수원 출마를 준비 중인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도 CBS 라디오에서 "제가 지금 여의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수원의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지역인가 생각해 봤는데 전혀 답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는 제 선거에 몰두하는 것이 맞다"며 "만에 하나 제게 전화를 하셔도 제가 지금 (비대위원) 거절을 해야 되는 게 맞다"고 거듭 비대위원설을 일축했다.
험지로 꼽히는 서울 광진구의 김병민 전 최고위원 역시 SBS 라디오에서 "저는 지역구 선거에 정말 올인해야 된다"며 "2020년 총선 낙선하고 비대위만 두 번, 최고위 한 번. 지금 지도부만 세 번째다. 할 수 있는 많은 역량들을 지금 당에 많이 불어넣었기 때문에 뒤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새롭게 뜨는 길에 열심히 백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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