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
2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자국 재정적자가 ‘선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여론전을 피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재무장관이 보고했듯 우리 적자는 이전에 언급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크며, 1.5%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당초 재무부가 예상한 재정적자가 GDP 2%인 약 2조 9000억루블(약 41조원)이었으나, 실제 적자 규모는 그 절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내년 3월 대선에서 5선 도전을 공식화한 푸틴 대통령은 전쟁과 서방 제재 속에서도 ‘선방’한 경제 성적표를 치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이 유가 상한제 등으로 경제 제재에 나서자 원유 수출선을 유럽에서 중국 및 인도로 우회하는 것으로 대응하며 충격을 줄여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국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서방 기업 자산을 저가에 매입하는 등 방안을 추진해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 재정 지원을 신속히 받지 못할 경우 연금 등 지급을 연기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 장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동맹국의 지원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에게 매우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 50만명, 교사 140만명과 연금 수령자 1000만명이 돈을 제때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럽연합(EU) 자금 지원이 내년 2월에는 승인돼 3월에 지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U는 이달 중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총 500억 유로(약 71조원)를 지급하는 장기 지원 패키지에 합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친러시아 성향 헝가리가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도 야당인 공화당이 자국 남부 국경 통제 강화와 이스라엘 지원을 우선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예산안이 의회에 계류돼 있다.
전쟁을 주시하는 미국 정부의 초점도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서 유리한 위치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과 EU 관계자들은 군(軍)을 반격 위치에서 동부 러시아군에 대한 방어 위치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우리는 협상을 통해서만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는 그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침공) 2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승리"라면서 "푸틴은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폴리티코는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 우크라이나가 이미 부분적 승리를 한 것이며, 휴전 내지 정전 전략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지원 움직임도 협상 시 우크라이나를 최상의 위치에 놓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다만 "이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