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건설업계 분위기 반등을 위해 올 상반기 전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65% 가량을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겸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정부가 침체된 건설업계 분위기 반등을 위해 올 상반기에만 전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65% 가량을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건설경기에 활기가 돌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및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SOC 사업 신속집행 계획’을 통해 올해 SOC 예산을 전년 대비 5.3% 증가한 총 20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정부는 이 중 올 상반기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쓸 수 있는 신속집행관리대상 예산(19조1000억원)의 64.92%에 해당하는 12조4000억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지난해 61.2%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비중이다.
분야별로는 올해 도로에 배정된 예산 총 7조8000억원 중 약 68%에 해당하는 5조3000억원이 상반기 조기 집행된다.
해당 예산은 서울~세종 등 고속도로, 안동~영덕 등 국도, 광명~서울 등 민자도로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철도의 경우 총 7조2000억원 예산의 63.9%인 4조6000억원이 상반기에 투입된다. GTX-A·B·C 등 광역철도 건설이 대표적 사업이다. 국토부는 "계획이 확정된 사업을 중심으로 신속히 예산을 집행하고 신규 사업은 1분기 내 계약을 발주하겠다"고 말했다.
공항은 총 예산 8000억원 중 5000억원(62.5%)이 상반기에 집행된다. 해당 예산은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등 신공항 건설 및 공항소음대책, 항행안전시설 구축 등에 쓰일 계획이다.
지역 및 도시 예산은 총 1조8000억원 한 해 예산 중 1조1000억원(61.3%)이 상반기에 투입된다. 1기 신도시 정비 등 도시재생 사업, 산업단지 개발, 첨단 산업 기반 스마트도시 조성 등이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이밖에 물류 등 기타 SOC 사업에도 전체 예산 1조5000억원 중 9000억원(64.1%)이 조기 집행된다.
이 같은 대책 발표 배경에는 침체된 건설업계 분위기를 빠르게 반등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 총근로자의 8%를 차지하는 핵심 기간산업이다. 때문에 현재 건설경기 침체로 민간 건설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부문 중심의 SOC 건설투자가 업계 분위기 반등에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으로 민간 건설투자가 크게 위축된 만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신속한 SOC 사업 추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전례 없는 속도로 재정을 신속하게 집행해 침체한 건설경기와 민생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한 이번 대책이 오는 4월 이뤄질 총선을 의식한 맞춤 정책 운용이라는 해석 또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반기 지출이 과도할 경우 하반기는 예산부족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이어지면서, 총선 이후 경기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을 정부가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한 정부 의도가 침체된 건설업계 분위기 반등을 위한 것이 명확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OC 사업은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공공공사를 하는 건설사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민간공사 기업에는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며 "때문에 이번 대책에 대한 정부의 의도는 긍정적이며 정치적 의도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물론 SOC 사업을 통한 민간공사도 있겠지만 영향이 제한적이다"라며 "공공공사 중심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만 가지고 건설업계 분위기가 반등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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