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작년 11월 국회 소통관에서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경영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 |
22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2022년 시작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된다. 정부·여당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유예안과 산업안전생태계 조성을 위한 예산 투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법안 유예가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미래차로 전환 국면에서 국내 소규모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자금 부족과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된다면 업체들의 폐업이 증가할 것"이라며 적용유예를 호소했다.
KAIA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등 11개 자동차 관련 기관으로 이뤄진 연합체다.
이들은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기업 1만여개 중 종업원 수가 50인 미만인 사업장 비중은 94%를 상회한다"며 "여러 차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호소했음에도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함을 넘어 좌절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는 현실적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에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국회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유예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폐업과 그에 따른 근로자 실직 등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계와 정부의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답답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디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경영계가 법안 시행 유예가 절실하다고 의견을 모으는 것은 중소기업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총이 작년 11월 발간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28건 중 23건(82.1%)의 수사대상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었다. 중견기업은 4건(14.3%), 대기업은 1건(3.6%)에 불과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10건 중 9건(90%)에서 중소기업 대표이사가 징역형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기소 및 처벌이 집중되고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될 시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기업 대표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에 대비한 정부의 행동도 느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은 2022년 50인 미만 사업장 2566개소, 작년 1만6000개소에 지원됐다. 이는 국내 전체 50인 미만 사업장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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