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사들이 회계제도 변경 효과로 회계상 이익이 늘어 연간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첫 결 산을 맞는 보험사들이 제시할 배당 규모에 시선이 모인다. 순이익 증가와 상법 개정으로 배당가능액이 늘게 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한편 최근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기조 재확인과 회계제도 미안착 등 불확실성도 존재하고 있다.
◇ 역대급 이익에 상법 개정…금융당국은 ‘자제령’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이 회계제도 변경 효과로 회계상 이익이 늘어 연간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53개 보험사의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11조4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했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인해 배당가능규모도 늘어난 상태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미실현 손익을 상계할 수 있게 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이 지난달 19일 시행됐다. 기존 상법상에선 미실현이익이 발생해도 순이익만 증가하고 배당가능이익이 감소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의 상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게 됐다. 법무부는 "올해 2~3월 결산 주주총회에서 보험사의 안정적 이익배당이 가능해지고, 배당을 예상하고 투자한 주주 등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배당 불확실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IFRS17 도입 초기로 손익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배당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곳이 많다.
금융당국도 최근 IFRS17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을 낸 보험사들에 배당과 관련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기조를 강화했다. 지난 1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에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아직까지 IFRS17로 인한 실적 변동성이 있는 만큼 과도한 성과급이나 배당으로 회사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 전문가들 "IFRS17 도입에 주당배당금 늘 것…배당 기대감 높아"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수적으로 봐도 국내 주요 보험주의 배당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만큼 주당배당금(DPS)도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연간 이익이 크게 늘어 보험주는 주당배당금(DPS) 증가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보험업종이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에 따라 양호한 흐름이 예상되는 종목에 대한 저가 매수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개별 보험사로 봐도 긍정적인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현대해상에 대해 "올해 보험손익은 9658억원, 투자손익은 4184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자동차보험은 요율 인하 영향으로 손익이 악화되겠지만 장기보험 CSM 상각이익의 경상적 증가와 예실차 개선이 나타날 전망. 2023년 예상 DPS는 2300원, 예상 배당수익률은 8%에 달해 주요 손해보험주 중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삼성화재는 지급여력비율(K-ICS)이 업계 평균을 넘어서는 만큼 투자자에게는 배당 확대 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삼성화재 지급여력비율은 220.5%로 생보사 평균 195.9%를 웃돌았다. 정 연구원은 "4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지급여력비율(K-ICS)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만큼 시장의 배당 눈높이는 충족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삼성화재 2023년 결산 보통주 주당 배당금은 1만5000원으로 예측됐다. 1만5000 원 기준 배당수익률은 6.3%다.
동양생명은 경쟁사대비 적극적인 배당정책 의지가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한편, 다수 보험사들은 지난해 초 금융위가 발표한 배당 절차 개선방안에 따라 배당기준일을 결산기말에서 올해 초로 변경했다. 소비자로선 주주총회로 확정된 배당금 규모를 확인한 뒤에 주식을 사서 배당금을 받게 된 것이다. 보험사 중에서는 동양생명, 삼성화재, 코리안리,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이 배당기준일을 배당금 확정 이후로 변경한 상태다. 삼성생명은 배당기준일이 종전과 같은 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배당기준일을 주총 이후로 연기한 보험사들에 대해서는 향후 배당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도 예측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배당 성향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 없고 여러 요인이 있으나 적절한 기준에 따라 배당 규모가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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