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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세력의 진화] 카바엠, 한때 시총 25조원 '99.9%' 날리고 K-OTC 퇴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4 14:22

7차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시장 퇴출 확정



자회사 카나리아바이오 퇴출 가능성도 높아져



'주가조작 일인자' 구속 이후 급격히 무너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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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바이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2년 전 시가총액 25조원을 자랑하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K-OTC 등록법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시장에서 퇴출된다. 현재 시가총액은 120억원으로 고점 대비 99.95%가 줄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주가조작 세력이 경영에 관여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던 곳이다. 관련자들이 구속까지 된 뒤 시장을 떠나면서 남은 투자자들만 큰 손실을 보는 상황이다.

◇시총 25조원 자랑했지만…

24일 금융투자협회 K-OTC 공시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최근 2년간 불성실공시법인에 6회 이상 지정되면서 오는 2월 14일부로 시장 등록이 해제된다. 정식 시장이라면 상장폐지되는 셈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이유는 지난 23일 장 마감 뒤 우앤컴퍼니(비상장)와 에쓰씨엔지니어링(코스피)의 지분 취득 결의가 취소됐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해 5월 우앤컴퍼니에는 108억원을 들여 구주 60만주를 취득해 지분 65%로 대주주가 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어 에쓰씨엔지니어링에는 약 51억원을 들여 신주 102만8888주를 확보할 예정이었다.

우앤컴퍼니는 에쓰씨엔지니어링의 모회사로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지분 취득이 완료됐다면 두 회사의 최대주주가 모두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금 미납으로 결국 지분 취득이 취소되면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두 건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추가됐다. 이미 지난해 8월 반기보고서 제출 기한을 어기면서 5번째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K-OTC시장 운영규정에 따라 최근 2년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6차례 이상이면 등록이 해제된다.

◇오레고보맙 임상 중단 권고가 촉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 2년 전만 해도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는 대형주였다. 지난 2022년 2월 18일 주가는 26만1500원으로 시총이 25조1192억원에 달했다. K-OTC 시장에 등록(2021년 9월 13일)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시장의 대장주가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종목이다. 한때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한 것은 자회사 카나리아바이오(코스닥)에서 연구 중인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회사 측이 회계법인이 금품을 주고 오레고보맙에 대한 가치를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결국 주요 임원들과 회계사들은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는 중이다. 검찰이 ‘주가조작 일인자’라는 별명을 붙인 이준민 씨 등 3명은 현재 구속까지 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주가를 부풀려 71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추가됐다.

이에 카나리아바이오엠과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특히 최근 오레고보맙의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데이터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SMB)의 권고가 나오면서 그나마 회사를 지지하던 모멘텀이 무너졌다.

카나리아바이오 측은 당초 에쓰씨엔지니어링의 공장을 오레고보맙의 생산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임상 중단 권고로 오레고보맙에 대한 투자를 할 이유가 없어지자 에쓰씨엔지니어링의 인수도 추진을 취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회사 카나리아바이오 퇴출 위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등록 취소로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코스닥 시장 퇴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보고있다.

카나리아바이오가 시장에 살아남으려면 현재 임상 중단을 권고받은 오레고보맙에 대한 무형자산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임상 중단 권고에 이어 생산기지로 활용하려던 에쓰씨엔지니어링의 인수 취소까지 겹치면서 기존 자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어졌다.

감사보고서는 지난해 연말이 기준이지만 K-IFRS 제1010호에 따른 ‘보고기간 후 사건’ 관련 규정에 따라 자산의 손상을 감사보고서에 반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카나리아바이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분기보고서 상 무형자산 규모는 1593억원으로 대부분이 오레고보맙에 대한 가치다. 임상 중단이 발생하면 손상차손을 진행해 가치를 낮춰야 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나리아바이오의 자본총계는 481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뛰어넘는 손상차손이 발생하면 완전자본잠식이 된다. 완전자본잠식이 된 코스닥법인은 관리종목 지정도 없이 곧바로 즉시 상폐절차를 진행한다.

한편 해당 이슈에 대해 카나리아바이오 측의 의견을 듣고자 나한익 대표 등 회사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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