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중국 청두 타이쿠리(Tai Koo Li) 지역 디지털 옥외광고판에 ‘갤럭시 언팩’ 홍보물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한국, 미국, 영국 등 전세계 주요 랜드마크에서 옥외광고를 진행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중국 공략법 수정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애국소비’ 열풍까지 불며 외국산 제품들이 설 자리를 계속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 전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삼성·현대차도 중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새로운 마케팅을 전개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전략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매체들은 샤오미가 작년 12월 애플을 누르고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올랐다고 23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년 동기 대비 25.8% 뛴 348만900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16.5%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애플은 17.7% 줄어든 336만2100대를 판매했다. 그간 중국에서 왕좌를 차지해왔던 애플은 화웨이에서 분사한 룽야오(335만2100대)에도 추격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애국소비’ 열풍에 밀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신 기종인 아이폰15 시리즈 판매 부진으로 가격을 500위안(약 9만3000원) 내리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통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이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점유율이 1% 아래로 떨어지며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중국 토종 브랜드 휴대전화 출하량은 2억3100만대로 79.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처지도 비슷하다. 지난 2016년만 해도 판매량이 114만대에 달했지만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실적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 작년까지는 30만대 안팎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작년 말 충칭 공장을 ‘위푸공업단지건설유한공사’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16억2000만위안(약 2960억원)이다. 설비 수준과 연간 생산량(30만대) 등을 감안하면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공장, 충칭 공장 가운데 베이징 1공장을 지난 2021년 팔았다. 이어 이번에 충칭 공장을 처분한 것이다. 이로써 현대차의 중국 생산 거점은 5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 회사 측은 창저우 공장도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전략 전기차종 ‘EV5’. 현대차는 작년 7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2023 청두 국제 모터쇼’에서 이 차를 최초로 공개했다. |
이밖에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계도 중국 시장 부진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발 과잉 공급 영향에 철강, 석유화학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폴더블폰을 앞세운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현대차는 공장 체질을 개선하고 고급 전기차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다만 현지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우후죽순 쏟아내며 아직까지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현지 공략법을 대폭 수정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리스크, 청년실업률 급등, 자본시장 불안 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경기침체 국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작년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국은 같은 해 7월부터는 아예 통계를 발표하지도 않고 있다. 중국 대표 주가지수인 CSI300지수가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1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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