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023년 4분기 제품별 매출. (사진=SK하이닉스 IR)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SK하이닉스가 1년 간 이어져온 적자행진에서 벗어났다. 인공지능(AI) 서버와 모바일 쪽 제품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짜 기민하게 움직인 영향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끈 전체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 SK하이닉스, 4분기 흑자전환…DDR5·HBM3이 ‘매출 견인’
25일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영업이익률 3%), 순손실 1조3795억원(순손실률 12%)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4분기부터 내리 적자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게 됐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실적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를 중심으로 중요성이 커진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적극 대응한 덕분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D램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결과 주력제품인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업황 반등이 늦어지고 있는 낸드에서는 투자와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CFO는 "반도체 업계가 극심한 불화를 벗어나 성장세로 전환했다고 판단한다"며 "PC와 모바일 기기 출하량이 성장세로 돌아섰고, AI 수요와 더불어 일반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고성능·고용량의 HBM이나 DDR5 등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수요가 적고 재고 관리가 필요한 저수익 레거시 제품은 기존의 감산 기준을 유지한다.
SK하이닉스가 중점을 둔 부분은 ‘고객 맞춤형’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특히 회사의 주력 제품인 HBM의 경우 일반적인 메모리와는 달리 추가 공정이 필요하고,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완제품이 생산되더라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결합하는 패키징 단계가 추가로 필요해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은 필수다. 일반적인 메모리와는 달리 고객과 1년 이상 협의하는 ‘수주형’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 안정성도 높다.
특히 최근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온디바이스’ 기기가 화두에 오른 만큼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 CFO는 "유형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온디바이스’ 수요로 인해 기기 당 메모리반도체 탑재량은 증가할 것"이라며 "연평균 약 60% 수준의 수요 성장을 예상하고 있으며, 올해 ‘온디바이스’ 시장이 개화하고 실제로 해당 시장이 유의미하게 확대되는 것은 2025년 이후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투자에 있어서도 AI향 제품 출시를 위한 필수 투자에 집중한다.
김 CFO는 "지난해 극심한 수요 둔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AI향 제품에 대한 필수 투자만 집행하는 등 시설투자(CAPEX)를 전년대비 50% 이상 축소했다"며 "올해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 기조는 보수적으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과 수익을 확신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에 투자 집중해 과거처럼 투자 증가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