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 기자 = 고양관광정보센터 1층 고야카페에 가면 능숙한 손놀림으로 음료를 준비하는 느린학습자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 1월2일부터 고야카페는 느린학습자 청년 안수남씨가 대표로 있는 '달팽이의 꿈'이 운영한다.
달팽이의 꿈은 작년까지 고양시가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자립역량을 기른 느린학습자 청년공동체, '이루다 청년모임'에 속한 청년들이 만든 팀이다. 고야카페의 신 메뉴 '고양장미음료'는 고양시 특산물 홍보에 한몫 거들고 있다. 고양시는 올해도 마을공동체 지원을 확대해 공동체 자립역량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3일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회 밖 사각지대에 놓인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듯이 새로운 마을공동체들이 고양시 울타리 안에서 다른 공동체와 연계해 관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동체 자립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이루다 청년모임 “느려도 할 수 있어요"…자립준비 강화
작년 경기마을공동체한마당에서 이루다 청년모임은 '최고마을상'을 수상했다. 이루다 청년모임은 고양시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지역사회 내 자립과 상생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느린학습자는 지적장애(지능지수 69이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평균 지능지수가 70~84 사이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인구 중 13.6%(학생인구 중 약 80만명, 청년인구 중 약 90만명)가 해당하며 느린학습자는 평균보다 낮은 인지능력으로 학습과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2020년 서울시가 '경계선 지능인(느린학습자) 평생교육 지원 조례'를 만든 뒤 고양시 등 50여개 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됐지만 지원 사업이나 제도적 지원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느린학습자 청년들은 여전히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 소재 느린학습자 대안학교 '이루다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훈련 교육을 받는 청년들로 이뤄진 이루다 청년모임은 2021년부터 고양시 마을공동체 지원을 받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자립역량을 강화해왔다.
정미영 이루다 청년모임 대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사회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고양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며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길이 열리고 우리 청년들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통해 경계선 넘어 지역사회 진입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지원 사업은 주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사업으로 마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를 발굴-육성해 공동체 간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한다. 고양시에 거주하거나 생활권을 영유하는 5인 이상 주민모임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지원대상은 5인 이상 공동체를 지원하는 1단계, 활동을 1번 이상 수행한 7인 이상 공동체를 지원하는 2단계, 활동을 1번 이상 수행한 10인 이상 공동체를 지원하는 3단계로 나뉜다.
이루다 청년모임 첫 공동체 활동은 5명 구성원이 100만원 지원금으로 수제 캘리그라피 비누를 만들고 정발산동 주민자치회와 연계해 지역주민에게 나누는 활동으로 시작됐다. 대인관계가 단절됐던 느린학습자 청년들은 직접 비누를 만들고 기초수급자를 위한 먹거리 나눔 행사에 참여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웠다.
2022년 7명으로 늘어난 이루다 청년모임은 300만원 활동비로 '고양하와이안팝 음료 개발'과 '천천히담다' 활동을 하며 자립역량을 키워갔다. 작년에는 3단계 사업으로 500만원을 지원받아 고양시 특산물인 고양벌꿀과 장미를 이용한 벌꿀비누와 쌀꿀라떼, 장미샹그리아 음료를 개발했다. 제품 판매를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판매를 도울 마을공동체를 찾았고 판매원 교육훈련도 거쳤다.
작년 10월, 정발산동 카페 열두톨에서 이루다 청년모임의 첫 일일 로컬푸드 디저트 카페가 열렸다. 고양시 주민자치과와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 후원으로 다른 공동체들과 함께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수제쿠키, 천연비누 디퓨저, 가와지쌀을 활용한 쌀꿀라떼, 장미샹그리아 등을 판매했다.
자립역량을 길러 베이커리 전문가와 함께 '달팽이의 꿈' 팀을 꾸린 이루다 청년모임 청년 3명은 올해 고야창업카페 2기 운영자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자립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고양시는 작년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으로 5000만원을 지원한데 이어 또 다른 마을공동체 발굴을 위해 올해 7000만원으로 예산을 늘려 21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금은 단체 한 곳당 200만원에서 최대 600만원까지 지원하며 2월 공개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